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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독재자 대형극장에 묻는다…영화 틀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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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 외면 멀티플렉스 규탄 기자회견 열려…"내주 법적 조치 취할 것"

1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차별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시작되기에 앞서 영화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숨을 고르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정권과 자본의 권위에 눌린 자기검열 행태가 깊이 뿌리내렸다는 탄식 섞인 외침이 빈번하게 터져나온다.

그 권위에 기댄, 상식을 벗어난 논리가 무소불위의 힘을 뽐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 또한 이에 못잖게 들려온다.

영화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1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차별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만난 정지영 감독은 "주변 영화인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영화계에 만연한 눈치 보기를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계의 양심으로 불리는 정 감독은 "열이면 열 모두 자기 의지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인데, 이렇게 가다간 임계점을 넘어 끌어오르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로서는 뜻 있는 개개인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는 데 머물고 있지만, 어느 순간 영화계 단체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넘어서 연대할 날이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다이빙벨 측의 기자회견도 앞서 극장 상영을 방해하는 외압 논란이 불거졌던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또 하나의 약속'의 연장선상에서 연대가 다져지는 과정이었으리라.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은 지난달 23일 선보인 이래 개봉 18일 만에 3만 관객을 넘기며 독립영화로는 보기 드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이 영화를 만날 수 없다. 경기도영상위원회와 다양성영화 지원협약을 맺은 메가박스 측에서 내 준 4개 상영관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 "3만 관객 든 독립영환데…" 30여 곳서 대관상영 거절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이빙벨의 배급사인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는 "메가박스 4개관에서 2주 동안 상영한 것을 제외하고는 3만 관객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CGV와 롯데시네마는 단 한 곳도 관을 열어주지 않았고, 이는 오늘까지도 유효하다"며 "이들 극장 측은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우리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식의 형식적인 이유만 반복하면서 대관상영조차 막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통 대관상영은 극장 내 한 상영관의 좌석에 대해 일정한 값을 치르고 특정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 특성상 좌석점유율이 100%에 가까워 극장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지역의 멀티플렉스 극장 30여 곳에서 대관상영을 거절당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이사장은 "이번 일에 대한 관점은 명확하다. 많은 국민들이 봐야 할 영화를 못 보게 하는 것인데, 대형 극장 측의 횡포가 있지만 정황상 외압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현재의 이러한 검열은 과거 유신독재시대의 그것보다 심각해 보인다. 극장을 한 곳 더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동일한 관점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빙벨을 연출한 안해룡 감독과 이상호 기자는 이 사안을 국민, 시민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로 규정했다.

안 감독은 "보이지 않는 권력과 자본이 공식적인 논리조차 내놓지 않은 채 자기검열, 자기규제를 통해 표현의 자유는 물론 사회적 소통을 막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이번 일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누려야 할 자유를 억압하는 중대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영화는 어느 매체만큼이나 공익적인 매체이고 이를 유통하는 주체 역시 공익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며 "멀티플렉스 상영관 수천 곳 가운데 단 한 개도 배당받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문화적 독재로, 저들에게 공공재인 영화를 틀 자격이 있는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 "우리는 진실이 알고 싶을 뿐…관객이 판단케 해달라"

기자회견 현장에는 다이빙벨을 본 세월호 유가족들도 참석해 장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단원고 2학년 3반 김도원 군의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지면서도 이 영화를 많이 봤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은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며 "우리는 진실을 밝히고, 대한민국을 안전한 나라로 만들고 싶을 뿐이다. 도와 달라"고 전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정예진 양의 어머니도 "영화를 딱 두 번 봤는데, 진도 팽목항으로 매일 수십 구의 시신이 올라오던 기억이 떠올라 처음 볼 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며 "용기를 내 영화를 본 것은 그 안에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김혜진 공동운영위원장은 "304명의 목숨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의문을 제기할 권리에 따라 질문을 정리하고 직시하도록 돕는 문화예술의 역할이 필요했다"며 "멀티플렉스 측이 외압 때문이든 자기검열을 한 것이든 자신들의 이윤을 버리면서까지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진실을 가리는 위험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시민사회단체와 영화계 인사들은 다이빙벨에 상영관을 내 주지 않은 멀티플렉스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성진 변호사는 "기업이 영리 외 다른 관점에서 기업을 운영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국내 상영관 98%를 점유한 이들 멀티플렉스 측은 표현의 자유는 물론 시민의 관람권, 문화향유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남용, 거래조건 차별이라는 두 가지 불법 행위가 명백한 만큼 멀티플렉스 측이 불필요하고 불리한 판단을 고수하지 말고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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