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투수 오승환이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번 시즌 2승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으로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한 오승환은 클라이맥스시리즈(CS) 전경기(6경기)에 모두 등판해 한신을 9년 만에 일본시리즈에 진출시키며 MVP에 선정됐다. 황진환기자
야구에서 '마무리'라는 보직은 심적으로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위치다. 위기의 상황에서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등판 일정이 딱 정해져있는 선발과 달리 언제 등판할지 모른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보직이다.
그렇다면 '돌부처' 오승환(32, 한신 타이거즈)은 어떻게 마무리로서 한국과 일본을 평정했을까.
오승환이 강조한 첫 번째는 바로 '잊기'다. 오승환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마무리 투수 같은 경우에는 빨리 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블론세이브를 하고,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을 때도 그렇다. 마무리는 2~3번 연속 실패하는 것이 가장 안 좋다. 잊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당연함'이다. 마무리로서 위기 상황에 오르는 것이 당연한 일. 결국 그것을 받아들여야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오승환은 "항상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 자체가 부담되고 힘든 상황이지만, 마무리라면 그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그러면 부담감이 조금은 없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잊고, 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무리 오승환이지만, 블론세이브를 할 때면 속상함에 잠을 못 이룬다. 물론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승환은 "운동을 하면서 그렇게 긴장한 적은 별로 없다. 재팬시리즈라고 긴장하지 않고, 경기 상황에 따라 조금씩 긴장이 된다"면서 "블론세이브를 하면 가장 먼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좋은 경기를 하고 8회까지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줬는데 9회에 올라가 내 실수로 팀이 지는 것이다. 화를 내기 전에 먼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안정이 좀 되면 스스로 화가 많이 나서 잠도 설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 오승환은 일본프로야구 2년 차에 들어간다. 내년 시즌 종료 후 한신과 계약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진출도 노려볼 계획이다. 목표를 위해 떨어지는 변화구도 꾸준히 연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