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이끈 주역인 이동국과 최강희 감독, 김남일 (사진 왼쪽부터) (사진 제공/전북 현대 구단)
이동국 "패싱력, 몸싸움 능력에 골 결정력까지 더해 상당한 선수가 됐다"김남일 "얘 뭐지? 했던 첫 인상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12일 오후 전라북도 완주군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오른 전북 현대의 우승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최강희 감독과 함께 우승을 이끈 베테랑 김남일(37)과 이동국(35)이 대표 선수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동국은 변함없는 전북의 간판 스타, 올 시즌 전북 유니폼을 입은 김남일은 프로 무대에서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주말에 우승을 확정지었기에 폭풍 같았던 감동의 시간은 이미 지나간 뒤였다. 김남일과 이동국은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여유있게, 마치 만담을 나누듯이 우승 소감과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전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나왔다. 그 중에서도 10년 만에 골 맛을 본 김남일의 골 결정력(?)도 그 중 하나였다.
김남일은 지난 9월14일 경남FC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를 이끌었다. 전북이 포항을 제치고 리그 1위 자리를 탈환한 날이다. 김남일이 골을 넣은 것은 2004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김남일은 수원 삼성을 1-0으로 꺾은 지난 달 26일 홈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넣었다.
이동국에게 재미있는 질문이 주어졌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최강희 감독이 가장 좋았거나 가장 미웠던 순간이 있었냐는 질문이었다. 이동국은 눈치가 빨랐다. "감독님이 미웠던 적은 없었다"면서 김남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동국은 "김남일 선수가 골을 넣고 좋아하는 모습을 10년 만에 봤다. 경남전에서 골을 넣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봤다. 이제 골 감각이 살아났구나 싶었다"며 웃었다.
이어 "10년 만에 한 골씩 넣는데 앞으로 또 10년을 기다려야 할지 올해 다시 보게 될지 기대했다. 2호 골이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나왔다. 미드필더로서 패싱력과 몸싸움 능력, 이제는 골 결정력까지 더해 상당한 선수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동국의 재치에 기자회견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후에도 이동국은 몇차례 더 골 결정력에 대해 언급했다. 그때마다 김남일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동국이가 골 얘기를 하면 날 놀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가도 나빠진다"며 웃었다.
인터뷰가 한참 진행되다 두 선수에게 서로에 대한 첫 인상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동국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동국은 "형은 모르겠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중3이던 형이 경기를 하는 모습을 봤다. 그 당시 형의 또래 멤버들이 중학교 레벨 이상의 경기를 했다. 그때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농담에 훈훈함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이동국은 답변을 마치면서 "지금 키가 그때 키다"라며 웃었다. 기자회견장이 다시 한번 '빵' 터졌다.
김남일은 "한양대에서 뛰던 시절에 당시 프로에 있었던 이동국과 연습경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 봤다. 내가 수비하는 입장에서 뒤에 있었고 이동국이 앞에서 가슴 트래핑을 하는데 공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생생하다. 어리둥절 했다. 얘 뭐지? 그런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가 덩치도 크고 공을 다루는 기술도 탁월했다는 의미다. 그러자 이동국은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숨기는 기술을 썼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며 웃었다.
오랜 기간 그라운드에서 정을 나눈 동료이자 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던 둘이기에 가능한 분위기였다. 기자회견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