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왜 그랬어' 류중일 삼성 감독(왼쪽)이 11일 넥센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득점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박석민을 축하해주고 있다.(잠실=황진환 기자)
류중일 삼성 감독(51)은 넥센과 한국시리즈(KS) 동안 야구 외에 좋아하는 스포츠로 배구를 꼽았다. 5일 대구 2차전을 앞두고 류 감독은 "다른 스포츠는 몰라도 배구는 가끔씩 중계를 본다"고 운을 뗐다.
야구와 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다른 겨울스포츠인 농구는 보는데 파울 등으로 좀 끊기더라"면서 "그러나 배구는 서브, 토스, 스파이크로 내가 보기에는 상대적으로 간결하게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도 투구, 타격, 수비 등으로 이뤄지는데 좀 유사한 듯 싶다"고 강조했다.
그래선지 류 감독은 같은 그룹 계열 스포츠단인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59)과도 절친한 사이다. 그룹 행사는 물론 삼성 트레이닝 센터(STC)에서도 자주 마주친다. 지난 8월 루게릭 환자를 돕기 위한 자선 행사인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얼음물 세례를 받은 뒤 다음 주자로 신 감독을 지목하기도 했다.
명장(名將)은 서로를 알아보고,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류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가 신 감독의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길을 따르고 있다. V리그 7연패를 이룬 삼성화재를 부러워 했던 류 감독이 삼성의 프로야구 4연패를 이뤄냈다. 올해 함께 맹세한 우승 다짐을 실천했다.
▲삼성, 넥센 4승2패로 꺾고 통합 4연패삼성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S 6차전에서 11-1 대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선발 윤성환이 6이닝 1실점 호투로 경기 MVP에 올랐고, 장단 11안타가 터졌다.
맹타를 휘두른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는 KS MVP에 올랐다. 야구 기자단 투표에서 나바로는 총 73표 중 32표를 얻어 팀 동료 최형우(25표), 윤성환(16표)을 제쳤다. 6차전까지 나바로는 4홈런 10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2000년 톰 퀸란(현대), 2001년 타이론 우즈(두산) 이후 세 번째 외국인 선수 MVP다.
'내가 MVP' 삼성 나바로가 11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쐐기 홈런을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잠실=황진환 기자)
2011년 이후 4년 연속 KS 우승이다. 역대 최다인 지난 1986~89년 해태(현 KIA)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규리그와 KS까지 통합 4연패는 최초다. 이미 삼성은 지난해 최초로 통합 3연패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연속 기록을 1년 더 늘린 셈이다.
내년에도 삼성은 이 기록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투타에서 안정된 최상의 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은 역대 최고인 팀 타율 1위(3할1리)와 평균자책점(ERA) 2위(4.52)를 기록했다.
30홈런 타자만 3명이나 있었다. 100타점에 근접한 타자도 4명이나 됐다. 이승엽(32홈런 101타점)-최형우(31홈런, 100타점)-채태인(14홈런, 99타점)-나바로(31홈런, 98타점) 등이다. 박석민도 27홈런, 72타점을 기록했다. 타격, 홈런, 타점 등 개인 1위는 없었어도 삼성은 두터웠고 강했다.
안정된 마운드는 삼성의 자랑이다. 10승급 투수가 4명이나 되는 선발진에 막강 불펜은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ERA(3.18)과 탈삼진(180개) 1위인 에이스 릭 밴덴헐크(13승4패)와 토종 에이스 윤성환(12승7패), 좌완 장원삼(11승5패) 선발 3인방에 홀드 2위 안지만(27개)와 4위 차우찬(21개), 구원 2위 임창용(31개) 등 초호화 마운드를 갖췄다.
▲오승환 공백에도 우승…내년에도 최강 유력이들은 내년에도 삼성의 주축들이다. 일본행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는 밴덴헐크가 변수지만 일단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는 본인의 의견이다. 밴덴헐크가 떠나도 다른 외국인 선수가 받칠 수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윤성환, 안지만은 친정에 눌러 앉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다면 전인미답의 5연패 가능성도 높아진다. 왕년 최고의 팀으로 꼽힌 해태 왕조를 넘어설 대기록에 도전한다. 올해 정규리그 2위 넥센 염경엽 감독은 "선수층에서 삼성을 따라갈 수 없어서 2위를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3위 NC와 4위 LG도 전력 면에서 아직 삼성을 따라잡긴 어렵다.
삼성은 사실 올해 1위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았다. 최강 마무리 오승환(한신)이 일본 무대로 넘어간 공백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삼성은 초반 마무리 부재로 고전했다. 안지만이 맡긴 했지만 전문 마무리가 아니었다. 4월 한때 7위로 허덕였다.
하지만 임창용이 미국 도전을 마무리하고 복귀하면서 빈 자리를 메웠다. 화룡점정을 이룬 삼성은 안정을 찾아 삼성은 한 달여 만에 3위까지 치고 나가더니 5월 16일 선두로 올라섰다. 막판 넥센의 약진에 다소 고전했지만 정규리그 4연패를 이뤄냈다.
통합 4연패의 강력함을 확인한 삼성. 과연 V리그 삼성화재의 7연패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2010년대 최강팀을 만들겠다"는 류 감독의 공언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