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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다시 이겨내기엔 내상이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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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많던 홈런이 어디 갔을까' 넥센 박병호가 11일 삼성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회 1사 3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뒤 눈을 감으며 아쉬워 하고 있다.(잠실=황진환 기자)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넥센의 한국시리즈(KS) 6차전이 열린 11일 잠실구장. 경기 전 넥센 선수들의 표정은 전날 대역전패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5차전에서 넥센은 8회까지 1-0으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9회말 1사에서 나온 강정호의 실책으로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고, 2사에서 나온 채태인의 안타에 이어 최형우의 우선상 역전 2타점 2루타로 1-2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

우익수 유한준은 "최형우의 결승타 때는 '정말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면서 "어떻게 수비했는지도 모르겠다"며 전날의 충격을 털어놨다. "오늘 죽기살기로 하겠다"며 전의를 다졌지만 전날 여파가 표정에는 아직 남아 있었다.

4번 타자 박병호는 "내가 못 쳐서 팀이 지고 있다"고 자책했다. 박병호는 5차전까지 타율 1할7푼6리(17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의 부진을 보였다. 이어 "오늘은 어떻게 해서든 치고 싶다"고 했지만 얼굴에는 부담감이 역력했다. 모 기자가 내년 각오를 묻자 다소 표정이 굳어지면서 "오늘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넥센 선수들의 어깨에 짓눌린 부담감은 경기에서도 나타났다. 선발 오재영은 2회까지 잘 막았지만 3회 무사 1루에서 김상수의 희생번트 타구를 더듬는 실책을 범했다. 선취점의 중요성을 아는 만큼 실점하지 않기 위해 마음이 급했던 까닭이었다.

실책 1개는 대량실점의 빌미가 됐다. 야마이코 나바로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 3루에서 오재영은 박한이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채태인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고 강판했다. 마운드를 이은 문성현은 최형우에게 역시 2타점 2루타를 맞아 순식간에 점수가 0-4로 벌어졌다.

'우리 오늘 왜 이러지' 넥센 유격수 강정호(왼쪽)가 11일 삼성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회 실책을 범한 뒤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오른쪽은 역시 3회 실책으로 대량실점한 뒤 교체되는 선발 오재영.(잠실=황진환 기자)

 

수비에서는 어이 없는 실수를 연발했다. 1사에서 유격수 강정호는 이지영의 평범한 정면 땅볼을 흘렸다. 전날에 이어 2경기 연속 실책. 이어 2루를 훔치던 이지영을 잡기 위한 포수 박동원의 송구는 2루수 서건창이 아닌 우중간 외야로 흘렀다.

한번 반격의 기회는 있었다. 4회 서건창의 안타와 이택근의 2루타로 1점을 만회한 것. 그러나 1사 3루에서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격 분위기가 꺾였다. 기대했던 외야 뜬공은 2사에서 강정호가 날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 6회는 박병호가 김상수의 번트 타구를 잡다 미끄러져 넘어졌고, 이게 나바로의 3점포로 연결돼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넥센은 이미 한 차례 충격적인 역전패를 경험했다. 7회까지 1-0으로 앞서다가 1-3으로 뒤집힌 3차전이었다. 8회 수비 때 이승엽의 평범한 뜬공을 내, 외야진이 모두 놓쳐 동점을 허용했고, 9회 박한이에게 통한의 결승포를 허용했다.

한번은 극복을 해냈다. 3차전에서 타선이 폭발하면서 9-3 승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두 번째는 무리였다. 그러기에는 내상이 너무 깊었다. 결국 1-11로 6차전을 내주면서 시리즈 전체도 2승4패로 내줬다. 이미 삼성의 우승은 5차전에서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경기 전 염경엽 넥센 감독은 취재진에게 "모두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불만은 전혀 없다"고 선수들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전날 5차전에 대해서도 "만약 손승락이 (채태인, 손승락을) 삼진으로 잡았다면 멋있게 끝났겠지만 야구는 모두 결과론"이라고 초탈한 듯 말했다. 이미 염 감독은 5차전으로 KS 전체 승부가 넘어간 것을 감지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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