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에서 송출된 '일간베스트저장소' 이미지들. (방송 캡처)
실수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지상파 방송을 둘러싼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방송 사고가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SBS는 지난달 16일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내보냈다. 해당 이미지는 '일베'에서 제작된 것으로, 사건이 발생하자 SBS는 즉각 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시청자에게 사과했다.
이 같은 방송 사고는 자료 화면을 웹사이트에서 찾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SBS는 이전까지 주의에 그쳤던 책임 소지를 명확히 했다.
당시 SBS는 "방송 사고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프로그램 책임자를 인사위원회에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SBS는 앞으로 외부 영상이나 자료화면을 보관하는 '이미지 뱅크'의 범위를 확대하고,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이중 점검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SBS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일베'로 곤욕을 치러왔다. 지난해 8월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이미지가 송출됐다. 11월에는 연세대학교 로고를 패러디한 '일베' 로고를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3월에는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고려대학교 로고를 패러디한 '일베' 로고가 사용됐다.
그동안 SBS는 '실수에 의한 사고'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유사한 방송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위부터 '일간베스트저장소' 의혹을 받은 그림자 이미지와 MBC가 내보낸 '일간베스트저장소' 이미지. (방송 캡처)
MBC도 '일베'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MBC는 지난달 12일 '섹션TV 연예통신' 방송 도중 노 전 대통령의 실루엣을 노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MBC는 '일베'와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중년 남성의 이미지를 웹에서 검색해 가져다 썼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의혹을 받은 것은 이미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MBC는 지난해 '기분 좋은 날'에서 화가 밥 로스를 소개하며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이미지를 노출했다. 당시 MBC는 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빈번한 '일베' 방송 사고의 원인으로 외주 제작과 웹 검색, 그리고 검증 제도의 부족함을 꼽았다.
SBS 관계자는 지난 6월 CBS노컷뉴스에 "(제작 과정에서) 직원이 아닌 (외주 제작사 등) 비정규 직원이 많이 참여해서 그런 것 같다. 일일히 확인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방송관계자는 6일 "이미지를 찾으면서 아무래도 웹 검색을 많이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일베' 이미지가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난해부터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올해는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