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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가습기 살균제 기업, 사과는커녕 소송 열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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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숨졌다고 신고한 사망자가 12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살균제 관련 업체들이 대형 로펌을 통해 소송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 외국계 업체는 급성 폐렴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따로 조사를 의뢰하는 등 장기전에 돌입하는 태세다.

업체의 반박과 시간끌기가 계속되면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어 피해자들이 보상 받을 길은 요원한 상태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관련 소송(민사3건, 형사1건)에서 피소된 업체는 '옥시싹싹'을 만든 옥시 레킷벤키저를 비롯해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한빛화학, 코스트코코리아, 버터플라이이펙트, 크린코퍼레이션, 글로엔엠, 아토오가닉, 용마산업사, SK케미칼, 애경산업 등 20여곳에 달한다.

외국계와 국내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등 다양한 성격의 업체가 섞여있다. 그런데 외국계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업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장 대표적인 업체는 가습기 살균제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옥시 레킷벤키저와 국내 대표 유통회사인 롯데마트다. 옥시측과 롯데마트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과 손잡고 소송에 적극적인 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옥시측은 급성 폐렴이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모 대학에 따로 연구 의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환경노동위 관계자는 "업체들이 대형 로펌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반박 자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진위 공방으로 소송을 최대한 끌려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에 반박 자료가 제출되면 법원에서 또다시 증거를 수집하고 유해성을 입증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기업들의 태도다. 파동이 불거진 지 만 2년이 다 돼가지만 옥시와 롯데마트 등은 피해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언론과 정부 부처의 문제제기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1년 전부터는 업체들과의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환경부에서 전화를 걸면 받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BS는 옥시측에 가습기 살균 사태에 대한 입장표명을 서면으로 요구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기업의 윤리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마당에 이들의 행태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사망자가 120명에 육박하는데도 기업들은 사과 한마디 없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공정위에서도 최소 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데 그쳤다"며 "징벌적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소송에 매진하며 시간을 버는 사이, 피해자들의 상실감과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병마와 싸우고 있거나 가족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한 지 햇수로 3년째이지만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한 지리한 법적 공방만 남아있을 뿐, 보상의 길은 보이지 않는 실정.

질병관리본부에서 꾸린 폐손상조사위원회는 출범 5개월 만에 해산된 상태여서, 정부는 조사의 첫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9일~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결의안'이 통과될 예정이지만 결의안은 말그대로 결의안일 뿐 법적 효력이 없어 실질적인 구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24일 피해가족들과의 면담에서 "피해자들을 적극 지원하기에는 아직 부처별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법률 마련 이전에는 재정 지원이 어렵다는 점을 내비쳤다.

이번 추경 예산 중 실태 조사와 긴급 구제비 명목으로 190억원을 편성하는 안이 국회에서 검토되고 있어 숨 막히는 피해 가족들의 숨통을 터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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