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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에서 고장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불감증 문제로만 여겨졌던 사고들. 하지만 지난 2001년 한국전력공사의 발전부문이 6개의 회사로 분리, 본격적인 '경쟁시대'로 접어들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칫 대형사고와 피해를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전소 밖' 사람들과도 무관치 않은 문제다.
지난 12년 동안 발전소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문제점과 대안 등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1. 죽어가는 근로자들 2. 위험까지 '하청에 재하청' 3. 발전소 '경영평가 전쟁'이 불러온 것들 4. 또 다시 발전소 경쟁을 말한다 |
'공공재'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어쩌다 하청에 재하청을 주고 잇따른 사고까지 감수해가며 비용 절감에 나서게 된 걸까.
한 발전소 관계자는 그 이유를 들려줬다.
◈ '정비 기간 단축'까지 평가 대상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생산이 안 되는, 일종의 손실 기간이거든요. 영업이익으로 보자면 단축시켜야 되는 거죠. 그래야 경쟁이 되니까."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A씨는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경영평가'가 두렵다. 발전소들이 소속된 상위 6개 회사가 평가를 받는데 결과에 따라 장려금은 물론 본인의 '자리'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
평가 항목은 철저히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10명을 줄이면 나머지도 10명을 줄여야 되는 그런 상황이에요. 저 회사는 90명으로도 생산하는데 너네는 왜 100명이냐..."
무엇이든 '줄여야 된다'는 요구는 결국 정해진 정비 기간까지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비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작업이 들어가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는 거죠. 안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발전소 분사 이후인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발전소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에 발생한 사고는 39건, 사상자는 54명에 이른다.
발전소 간에는 '자기네 사고'만 아니면 내심 더 반기는 분위기라고 A씨는 털어놨다. 그만큼 본인 회사의 경영평가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
"다른 발전소에서 긴급하게 자재가 필요할 때 저희가 주겠습니까? 저쪽이 자재를 못 구하면 우리가 올라가는 건데.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도 서로 정보공유가 안 되고 단절돼버리죠. 결국엔 모두가 손해예요."
◈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경쟁인가 이 같은 변화는 2001년 발전사 분할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발전부문을 6개의 회사로 분할하는 내용이 담긴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 화력발전사인 남부·남동·서부·동서·중부발전과 수력원자력발전이 한전으로부터 분리됐다.
지식경제부는 당시 "전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회사는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 사실상 '민간기업'의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결과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발전소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사고를 부르는 열악한 환경이 된 것은 물론,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
최근 일부 발전소는 이른바 '필수 시설'까지 외주화에 나선 상태다. 남동발전은 전력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경·화학설비 외주화를 추진, 기존 직원은 1/3만 남기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효율성이라는 부분이 대부분 유지보수, 안전과 관련된 인력 감축으로 해결되면서 내부 직원들은 물론, 나아가 '발전소 안전'까지 위협받으며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게 됐다"며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모호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