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이 부족했습니다."
19개월 차 신입 교육행정직 9급 공무원인 A(35,여)씨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SNS에 남긴 마지막 절규다.
최근 충북 청주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도내 모 중학교 행정직 공무원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충청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낮 12시 50분쯤 A씨가 청주의 한 호텔 객실에서 번개탄을 피워 놓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집을 나선 뒤 이틀 만이었지만 SNS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 이외에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이 사망 원인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유족들은 과도한 업무스트레스에 의한 극단적 선택을 주장하고 있다.
A씨의 동생은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언니가 입사 뒤 야근을 쉬지 않고 했다"며 "실장이 지병으로 병가를 냈지만 대체인력 없이 혼자 업무를 도맡아 했다"고 주장했다.
확인 결과 9급 신규직원인 A씨는 지난 2월 8일 행정실장이 갑작스런 질병으로 병가를 내면서 그동안 6급 실장 업무를 대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학기 초 예산 편성 등의 업무가 몰리면서 이 기간 주말과 휴일을 포함해 무려 25일 동안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행정실장이 휴직이 아닌 병가를 내면서 지난 3월 정기인사 때에도 인원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A씨는 행정실장이 중대 질병으로 다음달부터 장기 휴직을 예고했지만 인원 충원의 불확실성 때문에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A씨의 죽음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 학교 폭력 예방 등 늘고 있는 신규 행정업무에다 최근 화두가 된 교원업무 경감으로 행정직 공무원들이 관련 서무 업무까지 떠안고 있지만 정작 인원 보충이나 처후 개선 등 업무경감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충청북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행정직 공무원이 과도한 업무 등의 이유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벌써 전국적으로 3건에 달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는 늘어나는데 이로 인한 스트레스나 부담을 덜 수 있는 해소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교원과 달리 교육행정직 업무는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도 아직까지 없다.
앞서 2011년 6월에는 29살의 초등학교 행정실장이 청원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한 뒤 원인을 두고 과중한 업무에 대한 주장이 일면서 사건 뒤에도 두 달이 넘게 논란이 이어졌다.
그러나 충청북도교육청은 아직까지도 인사 시스템 개선이나 업무 진단 등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9급 신규 공무원이 역량 부족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 행정직 업무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