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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 본격적인 결혼시즌을 앞두고 '고비용 결혼' 대신 불황 속 알뜰하고 작은 결혼식을 치르려는 예비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물과 예단을 과감히 생략하고 대신 내집마련에 보태는 추세다.
내로라하는 금융권 사내커플인 예비신부 박 모(29.부산진구)씨는 다음 달로 다가온 결혼을 앞두고 결혼 준비보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시간으로 분주하다.
예비남편과 상의 끝에 의미없는 주례사, 판에 박힌 웨딩촬영을 거부하기로 결정했지만, 기존 관습에 익숙한 부모님의 마음을 바꾸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하지만 박 씨는 "'허례허식 결혼문화에 동참하지 말자'는 마음만큼은 흔들림 없이 실속있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례 대신 남편과 장기자랑을 펼쳐 하객들에게 웃음을 선물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공무원인 정 모(30.사상구) 예비신부는 주위 친인척들의 시선을 의식해 남자친구와 브렌드 아파트 전세라도 마련할 때까지 결혼을 늦추기로 했지만 최근 마음을 바꿨다.
한 달에 수십만 원이 드는 데이트 비용을 아껴 내집마련에 보태자는 생각에 결혼을 4월로 앞당긴 것이다.
정씨는 "겉치례 예단과 예물도 최소화하고, 신혼집은 예비 남편이 살고 있는 원룸 오피스텔에서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과 장기화된 경기 불황으로 혼수와 집을 해결할 수 없어 결혼을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불황을 타개하려는 '알뜰 결혼족'이 새로운 결혼 문화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결혼시장에서 평생 한번이라는 생각에 천만 원 가량 드는 프리미엄 패키지를 이용하는 예비부부들 대신 무료예식장에 드레스, 메이크업, 사진은 실속 패키지를 선택하는 신세대 커플이 부쩍 늘고 있다.
웨딩플레너 이성은(36)씨는 "200만원 대 실속 패키지를 선택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주중 야간예식이나 식후 폐백을 없애는 예비 커플들도 20%에 이른다"며 "신혼여행도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예비부부들 사이에선 값비싼 보석보다 실용적인 주얼리가 각광받고 있다.
범일동에서 귀금속 상가를 10년 째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최근 1~2년새 세공비가 비싸고 평소에 착용하기 힘든 다이아 셋트보다 14K나 18K 등 심플한 디자인을 찾는 예비신부가 많다"고 귀뜸했다.
장기화된 불황으로 고비용 결혼식 대신 알뜰 결혼을 선택하는 신세대 예비부부들. 남들에게 보여주기만을 위한 부담스런 의식 대신 우리만의 의미 있는 예식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