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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너구리 등 일부 라면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돼 홍역을 치른 농심이 또다시 벤조피렌 논란에 휩싸였다. 라면스프 원료로 사용된 중국산 고추씨기름에서 기준치 이상의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이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수입된 고추씨기름에서 기준치 2ppb(10억분의 1)를 초과하는 벤조피렌이 검출됐다.
문제의 고추기름은 농심 계열사인 태경농산에서 생산한 '볶음양념분 1호'와 '볶음양념분 2호'에 사용됐으며 이 양념분은 전량 농심 라면스프에 쓰였다.
양념분에서는 기준치 이하의 벤조피렌이 검출돼 '자진회수' 결정이 내려졌지만, 최종 소비재인 라면스프에서는 벤조피렌이 희석돼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청은 라면스프에 대해서는 회수 조치를 내리지 않는 대신, 재발 방지를 위해 태경농산과 농심에 대해 제조단위별 전수 검사를 해 보고하도록 하는 '검사명령제'를 시행키로 했다.
농심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프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회수 조치를 피해갔지만 원료에 문제가 발견되면서 다시금 벤조피렌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너구리 등 일부 라면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돼 식약청이 뒤늦게 회수조치를 내리고, 제품의 생산과 출고를 두 달간 중단하는 등 파장이 일었다.
스프에서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원료를 사용한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자체적으로 원료를 충분히 검사했을 뿐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의 검사도 거쳤다. 당시에는 기준치 이하의 벤조피렌이 나왔다"며 "앞으로 납품업체의 원료검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농심은 우리나라의 벤조피렌 검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농심 측은 "미국·일본·호주 등에서는 벤조피렌 기준이 없고 한국과 유럽연합(EU)만 기준을 두는 상황"이라며 "그나마도 유럽인은 한국인에 비해 벤조피렌 노출량이 7배나 높지만 한국은 유럽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이 자주 섭취하는 참기름·들기름의 경우 고열에서 볶은 후 짜내는 방식이어서 제조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벤조피렌이 발생한다"며 "시중에서 판매하는 참기름은 규제하지 않으면서 식품기업만 규제하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