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
이른바 인형뽑기 게임기라 불리는 불법 크레인게임기가 길거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각종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관계기관이 단속의 칼을 빼들었지만, 이를 근절하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양주와 짝퉁 시계, 낯 뜨거운 성인용품에다 장난감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흉기까지. 최근 부산 모 구청에서 단속을 통해 압수한 크레인 게임기에서 나온 물품들이다.
유흥가 주변 도롯가에 설치되어 있던 이 게임기는 사람들이 몰리는 저녁이면 시간당 10만 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때, 길을 걷던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걸음을 멈추게 했던 이른바 인형뽑기 게임기가 길거리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신규창업 아이템으로 각광 받으면서 식당이나 문구점 앞에 우후죽순 생겨나던 크레인 게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속에 담긴 물품들까지 자극적인 것으로 채워졌다.
게임산업진흥법상 일반 영업점의 경우 건물 밖에 크레인 게임기를 설치할 수 없으며, 특히 게임기 안의 상품의 종류도 완구와 문구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길거리에 있는 크레인 게임기는 모두 불법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동안 단속의 손길을 피해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크레인 게임기에서 뽑은 스프레이를 도시철도 역에서 분사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청소년들의 교육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불법 크레인 게임기 집중 단속 공문을 각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하지만 정작 단속을 해야 하는 지자체 담당자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영업장 앞에 자릿세를 주고 게임기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실소유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고, 이들 운영자들이 단속이 허술한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이른바 메뚜기 운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속 인력은 한 개 지자체에 한 두 명뿐인데다, 크레인 게임기의 경우 신고를 하고 영업을 해야 하는 품목이 아니어서 담당자들이 발품을 팔며 불법 게임기를 쫓아다녀야 하는 형국이다.
모 구청 담당자는 "한 개 구를 전부 돌아다니며 철거 계도를 해 놓으면 며칠 사이 자리를 옮겨 또다시 영업을 하고 있다"며 "크레인게임기 운영자들이 단속이 느슨한 지역을 골라 메뚜기 운영을 하고 있어, 현재의 단속 인원으로는 한계가 따른다"고 하소연했다.
또 자리를 내준 영업장 주인들 자릿세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단속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부산시가 각 구군청에 불법 게임기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청했으나, 이에 답한 곳은 수영구와 동래구를 비롯한 5개 지자체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는 문광부의 지침에 따라 계도 기간을 거친 뒤 오는 2월 초부터 집중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불법 크레인 게임기를 길거리에서 뿌리 뽑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