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눈물… "너를 너무 착하게 키운 내가 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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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자살 중학생' 1주기…어머니 임지영 교사, 사건 이후 학교폭력 근절에 앞장서

ㅇㅇㅇ

 

"미안하다. 내가 엄마인데 너를 지켜주지 못했다. 너를 너무 착하게 키워 미안하다. 누가 널 때린다고 해도 절대 상대방을 때리면 안 된다고 키웠는데...그게 가장 후회가 된다. 이 세상 살아가려면 좀 더 모질게 키웠어야 했는데 착하게 키워 미안하구나"

지난 20일 대구의 중학생 권승민(당시 13세)군의 1주기가 열린 대구 동구의 추모관에서 권 군의 어머니 임지영 씨(교사)는 눈물을 삼키며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어 내렸다.

하루 전인 19일에는 권 군의 형과 친구들이 모여 사고 장소에서 추모 기념을 했다. 한 친구는 1,000마리의 종이학을 접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1년 여간 이어진 반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 군의 사고는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지난 8월 안동에서 고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권 군의 아버지(48)는 21년여 동안 근무했던 학교를 그만뒀다. 가족들은 모두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임씨는 "가족들이 모두 신경안정제 등을 먹으며 1년을 버텨왔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불면증과 불안증세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권군의 자살 사건은 어머니 임 씨를 '학교폭력 근절 전도사'로 변신 시켰다. 임 씨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있다.

그는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비교적 행복한 것"이라면서 "행복이란 말이 참 모순적인데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 부모들은 우리보다 더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군의 사건 이후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나오는 등 학교폭력 심각성의 인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학교폭력 문제는 그대로다.

특히 대구의 학교폭력 실제 발생 건수는 올해 더 늘어났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에 2011년과 2012년 10월까지의 학교폭력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 2011년 대구의 학교폭력 발생 총 건수는 650건으로 타 도시와 비교해 많았다. 2012년 10월까지도 대구 학교폭력 수치는 863건으로 213건이나 더 증가했다.

학교폭력이 발생된 이후에 벌어지는 교육당국의 사후 조처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경우도 있고 '피해자가 우울증 환자라 자살했다'는 등 왜곡된 사실로 인해 피해자나 가족들이 제 2, 제 3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임씨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전학을 가거나 이사를 가서 아예 멀리 숨어버린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가 보호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외부활동을 더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지난 7월 책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를 펴내 학교 폭력의 무서움을 전했다. 최근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KBS미디어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만든 교육용 다큐멘터리 ‘이제 네가 말할 차례’에 직접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다.

임 씨는 "학교폭력을 없애 우리 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활발한 활동을 한 것인데 이마저도 악플로 돌아오는 걸 보고 또 한 번 상처를 받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민,형사 소송에 대한 결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댓글엔 '어린 학생을 평생 범죄자로 살게 할 거냐', '돈 때문에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등의 글이 달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씨는 "가해 학생이 어린 것은 참작해야 하지만 제대로 된 처벌을 해야 경각심을 가지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며 소신 있는 의견을 말했다.

가해자들에 대해선 "솔직히 지금 용서했다고는 말을 못하겠다"면서 "용서는 가해자들이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잘 마치고 나와서 사회에서 우리 아이의 몫까지 열심히 생활한다면 그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년 동안 큰 상처도 입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위로도 받았다는 임 씨는 "새해에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고통 받는 학생들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가 감시자가 돼 우리 미래를 책임질 학생을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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