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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겨울철 별미 음식 ‘족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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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울 때 먹어야 제 맛

 

고기는 따듯하게 혹은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족편(足片)의 경우 차가울 때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한다.

족편은 소의 족(足)과 꼬리 등을 푹 고아 밤·대추·잣·석이버섯·알지단·실고추 등을 채 썰어 뿌린 후 식혀서 응고시킨 후 얇게 편으로 썰어낸 음식으로 일종의 동물성 묵이다. 족편을 차게 식혀서 굳어진 상태로 먹어야 쫄깃하고 맛있는 이유는 족편의 특성 때문이다.

주 재료로 쓰이는 소의 족이나 꼬리에는 살코기보다 뼈와 힘줄[腱]·연골 등이 많아 콜라겐(collagen)을 다량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가열하면 콜라겐(collagen)이 맑은 액으로 용해되었다 식으면 젤라틴(gelatin)화하여 겔(gel) 상태, 즉 묵처럼 굳어진다.

이 때문에 차가울 때 먹으면 쫄깃한 특유의 질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추운 겨울철 밖에 내놓았다 살짝 언 뒤에 한입 베어먹으면 아작아작하니 별미다. 하지만 날씨가 더울 경우 족편이 녹아버릴 수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겨울에만 맛볼 수 있는 특식이었다.

또한 콜라겐이 다량 함유된 부위를 사용하는 만큼 소의 족이나 꼬리 외에도 소가죽과 돼지껍질, 생선껍질·지느러미 등을 이용해 만들기도 했다. 족편은 요리법과 재료에 따라 족편·족장과·용봉족편·용봉족장 등 다양하다.

용봉족편이란 쇠족과 꿩(없으면 닭으로 대신한다)을 섞어 푹 삶아 쇠머리 족편과 같은 방법으로 만든 것이고 족장과는 쇠머리족편 만들 때처럼 국물을 만들어 진간장을 넣고 삶은 달걀을 큼직하게 썰어 넣은 후 굳힌다. 또한 수구레족편은 소가죽 안쪽에서 벗겨낸 질긴 고기인 수구레만을 푹 삶아 만든다.

족편은 족병(足餠)에서 나온 이름이다. 족병이란 이름은 1719년의 진연의궤(進宴儀軌)에도 기록되어있는 반면 족편이라는 말은 1800대에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족병(足餠)의 병(餠)은 떡을 가리키는 한자어로 네모반듯하게 썰어놓은 것이 떡과 같다 하여 족병(足餠)이라고 불렀다.

궁중에서 족병을 만들 때에는 주재료는 소족을 쓰고 부재료료는 묵은 닭[陳鷄]·숭어·말린 대구·말린 전복 등을 넣는다. 달걀·표고·석이·진이·실고추·잣 등을 고명으로 사용하고 간장·참기름·후춧가루·계핏가루·식초·녹말가루 등으로 양념했다.

1670년 경의 음식디미방에는 족편이란 음식 이름은 등장하지 않지만 만드는 법이 족편과 비슷한 '별미'가 나오는데 닭과 대구를 삶아 간장으로 간을 해서 굳힌 일종의 장족편이다. 1800년대 초 서유구가 지은 옹희잡지에는 소족을 고아서 파·생강·잣·후추·깨 등을 섞어 다시 곤 다음 굳힌 '우행교방'이란 음식이 나온다.

규합총서에 나오는 '저피수정회(猪皮水晶膾)'란 음식은 돼지껍질만 벗겨 기름을 떼어낸 다음 파·후추·천초 등을 넣고 오래 고아서 묵처럼 굳힌 족편의 일종이다. 수정처럼 빛깔이 맑고 아름다워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차게 해서 얇게 썰어 장에 찍어 먹기 때문에 '회'라고 한 것 같다.

족편은 추운 겨울이 되면 임금님께 진상을 할 정도로 보양식으로 쓰였다. 하지만 현재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정에서 만들기도 쉽지 않아 족편은 잊혀져 가는 겨울철 별미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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