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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을 연출했던 나영석 PD가 CJ E&M으로 적을 옮긴다. 나 PD에 앞서, 지난해 KBS 예능국에서 타사로 이직한 PD는 10여 명이 넘는다. 거대 콘텐츠 기업인 CJ E&M의 활발한 영입활동 뿐 아니라 종편 개국 등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더라도 적지 않은 수치다. 같은 기간 KBS 드라마국에서 이직한 PD가 단 2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예능 PD들의 이직 비율은 더욱 도드라진다. 지상파 방송 3사 중 유독 KBS 예능PD들의 이직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 MBC, SBS보다 적은 월급, 상대적 박탈감 느낄 수밖에 없어“인력이 부족해서 고생은 더 많이 하는데, 월급은 MBC나 SBS보다 적어요. 성과금은 말할 것도 없고요. 상황이 이러니 내부에서도 이름 알리고, 좋은 조건으로 제의가 오면 ‘나가라’고 하는 분위기에요.”
공기업인 KBS가 민영방송인 SBS보다 연봉이 적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상대적 박탈감’이다.같은 업종에서 비슷한 일을 하며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이 동기 부여를 낮추는 것.
그렇다고 업무강도가 약한 것도 아니다. KBS의 예능국 규모는 지상파 3사를 통틀어 최대규모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인력 규모는 타사에 비해 많지 않다.
한 KBS 예능 PD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경우 편집해야 할 분량이 상당하다. 하지만 KBS는 타사 10분의 1수준의 편집인력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며 “제작비도 많게는 2배가 넘게 차이난다.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KBS 관계자는 “결국 선택은 개인에게 달렸다”면서도 “KBS에 머문다면 상상도 못할 액수를 제시하는데 흔들리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 같다”고 말했다.
◈ 보이지 않는 벽, 새로운 시도 제한
케이블 채널이나 종편 방송이 공영방송의 굴레에서 벗어나 표현의 제한이나 한계가 없다는 점도 예능 PD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KBS에서 CJ E&M으로 옮긴 한 PD는 “새로운 시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KBS는 공영방송이다 보니 시청층도 넓게 잡아야 하고, 새로운 실험을 하기가 힘든 면이 있었다. 이제는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이직의 장점을 꼽았다.
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N ‘응답하라1997’은 KBS 출신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작품이다. 신원호 PD는 CJ E&M으로 오기 전 ‘해피선데이-남자의자격’을 연출했다. 이직을 통해 다른 분야에 도전했고,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어냈다.
반대로 ‘성균관스캔들’을 연출했던 김원석 PD는 음악방송인 Mnet에서 한국판 ‘글리’를 제작할 예정이다. 예능과 드라마의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한 KBS 드라마 관계자는 “케이블채널처럼 서로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서를) 옮긴다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이 다르다는 생각이 강해 이전 경력은 인정하지 않는다. 연차가 있어도 잔심부름을 하는 조연출부터 해야 하는데, 누가 하려 하겠나”고 말했다.
◈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 안정적으로 프로그램 제작하기 힘들어
정권에 따라 휩쓸리는 내부 분위기 또한 KBS 예능 PD들의 이직을 부채질 한다는 지적이다.
공영방송인 KBS는 대통령이 사장을 임면한다. 자연히 정치적 성향에 따라 라인이 형성되고, 프로그램 연출에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지난 달 물러난 김인규 사장 역시 정치색으로 인해 KBS 내부에 첨예한 갈등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한 PD는 “사장이 3년에 한 번씩 바뀌는데, 그 때마다 인사도 달라진다”며 “차라리 민영 방송사면 사장에게만 잘 보이면 되는데, 여기저기 눈치를 보느라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자연스럽게 줄서기가 된다”며 “PD는 많고, 예능프로그램 편성 시간은 한정돼 있다. 제한된 기회를 잡기 위해 자연스럽게 몸을 사리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