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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뢰에 성추문까지...검찰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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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장 '중수부 폐지 검토' 개혁안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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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급 간부의 수뢰 혐의에 이어 초임검사의 성추문까지 검찰의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검찰 스스로 '최악의 위기'로 규정하는 이같은 현실은 한상대 검찰총장에게도 리더십의 위기가 되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22일 서울동부지검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있는 초임검사 A씨의 성추문과 관련한 감찰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검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여성과 검찰청사 내외에서 이달 초 두차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 자체도 엽기적이지만,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의 수뢰 의혹으로 온 나라가 들끓던 시기에 '관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집무실에서 피의자와 성관계

A검사는 여성의 절도 혐의를 불기소 처분해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검은 실제로 수사상의 편의가 제공됐는지, A검사가 성관계를 강요했는지 등을 집중 감찰하고 있다.

물론 A검사는 '합의 하의 성관계'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직 감찰조사가 충분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진상이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A검사는 기강해이의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사윤리강령 제15조는 "검사는 자신이 취급하는 사건의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 기타 직무와 이해관계가 있는 자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적으로 접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검사는 이를 명백히 어겼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스스로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한다"고 2008년부터 모든 초임검사들이 행하는 검사선서도 스스로 위배했다.

한 변호사는 "어이없는 사건이다. 제 정신인지 궁금할 정도"라며 "너무 쉽게 검사가 돼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의 무게감을 깨닫지 못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명백한 검찰의 위기다"라고 한탄했다.

◈ 흔들리는 '한상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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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사에서 '부정부패', '종북좌익 세력', '내부의 적' 등 3가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검찰 역량을 총집결해 부패의 고리를 끊고, 일사분란한 수사로 종북좌익 세력을 제거하는 한편, 검찰의 오만을 버리고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최근 잇따른 검사들의 비리 의혹에 비춰, 한 총장이 '부정부패'와의 전쟁에서 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 총장 취임 이후만 따져봐도 '벤츠 여검사' 이모씨가 지난해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최근 서울고검 김 검사가 수뢰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지난해 지방의 한 검사장이 금품수수 의혹으로 경찰 내사를 받은 일도 있는가 하면, 제일저축은행 비리나 SLS그룹 로비 관련 수사 때도 검찰 전·현직 고위간부 여럿이 의혹의 대상으로 거론된 바도 있다.

'검찰 수사는 완벽하다'는 오만, '내부의 적'에 대한 전쟁도 졌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선관위 디도스' 사건 수사의 결론을 국회의원 보좌관 등의 비리로 한정했지만, 뒤이은 특검 수사에서 김효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개입이 확인된 바 있다. '전원 불기소' 처분한 '내곡동 사저' 의혹도 특검이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의 기소로 뒤집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3대 전쟁 중 2개의 전쟁에서 참패한 지휘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한 총장을 압박했다.

◈ '중수부 폐지 검토' 파격 언급

검찰의 감찰은 보통 비밀리에 이뤄지고, 감찰 대상자가 아니면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기도 어렵다. 그런데 A검사의 경우 의혹이 즉각적으로 전면 공개됐다. '확산 전 조기 진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 총장이 김광준 검사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 상황에서, 며칠만에 또 악재가 터진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또 한들 국민이 용납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이미 '지도부 일괄사퇴론'이 제기되는 등 위기감이 만연해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검찰개혁을 내세워 공세에 나섰고, 경찰의 수사권 조정 요구도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급기야 한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상설특검제 도입 등의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검찰총장이 중수부 폐지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검찰은 "대검 중수부 폐지는 권력자들에게만 이득"이라며 반대해왔다.

한 총장은 최근 상황을 놓고 대책회의도 잇따라 열면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한 총장은 지난 15일 서울고검 산하 일선지검장과의 회의를 한 데 이어, 이날 저녁 전국 고검장 및 일부 검사장급 간부와 만나 검찰개혁안과 검사 비리 재발 방지책 등을 밤 늦도록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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