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보다는 진일보, 하지만 한계 드러난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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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특검의 성과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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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특검팀의 성과는 김인종(67) 전 경호처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련자들 3명을 기소했다는 데 있다.

이광범 특별검사는 수사종료일인 14일 김 전 처장과 김태환(58) 청와대 경호처 특별보좌관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심형보(47) 경호처 시설관리부장을 공문서 변조 및 행사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의 증여세 포탈 여부 판단을 국세청에 맡겼다. 지난 6월 '전원 불기소' 결론으로 '봐주기 수사' 논란을 샀던 검찰에 비해 진일보한 셈이다.

하지만 시형씨나 이 대통령 내외는 이번에도 사법처리 대상 밖이었다. 증여세 포탈 여부는 직접 수사가 불가능했고,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는 '공소권 없음'(이 대통령), '혐의 없음'(시형씨 모자)으로 결론났다.

수사기간 부족과 청와대의 견제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해소되지 못한 의혹은 여전하다.

◈ 청와대 경호처의 배임

김 전 처장 등 2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등 관계법령에서 정한 업무처리 기준을 무시한 채, 지난해 5월 부지계약을 하면서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더 부담했어야 할 9억7205만여원을 국가에 전가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이들이 "관련 법률이 항상 고려하는 기준인 감정평가액을 무시했다"며 "사저부지와 경호부지 매입비용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배분해야 할 임무에 위배해, 임의로 비용을 배분했다"고 판단했다.

감정평가기관 2곳이 내놓은 감정액의 평균은, 전체 부지가 41억527만여원에 시형씨가 매입한 사저부지는 15억9045만여원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을 전체부지의 실제 거래가격인 54억원에 대입하면 시형씨는 20억9205만원을 부담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11억2000만원만 냈기 때문에 9억원대의 시형씨 부담을 국가가 떠안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5개월전 다르게 판단했다. 검찰은 "경호시설 건축 등 개발행위가 전제되므로 (개발 전) 감정평가 금액만을 토지가액 배분의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면서 이들에 대해 "지가상승 요인, 주변시세를 감안한 나름의 기준으로 매매금액을 배분한 이상, 업무상 배임죄까지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 논리를 특검팀은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거래협의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액이 산정돼야 하며, 해당 공익사업(사저 건설)으로 인해 토지 가격이 변동되더라도 이를 보상액 산정에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정면 반박했다.

◈ 새로 드러난 공문서 변조 혐의

심 부장의 공문서 위조 혐의는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그는 경호부지 매입 관련 행정 절차를 총괄했던 사람이다.

심 부장은 지난달 22일 특검팀에 경호부지 매입계약 자료를 제출하면서 원래는 기입돼 있던 필지별 매입가액을 지우는 방식으로 변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심 부장은 지난 1월 검찰 조사 때의 허위진술을 감출 목적으로 이같은 변조 문건을 제출했다. 검찰 조사 당시 심 부장은 "필지별 가액을 정하지 않고 42억여원 총액만으로 계약이 이뤄졌던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심 부장이 검찰에서 허위진술을 했던 이유는 부지 매입계약 당시 경호처가 시형씨의 편의를 봐준 사실을 감출 목적이었던 것이라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경호처는 당시 시형씨의 매입대금 부담액을 그대로 둔 채, 내곡동 20-17번지 등 시세가 높은 필지의 시형씨 지분 비율을 높여줬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때는 심 부장의 위증 혐의가 확인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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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형씨 증여세 과세자료 통보

이광범 특검은 "이시형에게는 11억2000만원에 달하는 사저부지를 매입할 자금력이 없었고 이시형 본인도 차용금 및 대출금 합계 12억원과 그 이자를 변제할 능력이 없었다고 자인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김윤옥 여사는 사저부지 매입자금 변제를 못할 경우, 아들인 이시형에게 매입자금을 증여할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매입자금을 증여받아 부지를 매입했다고 봐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서울 강남세무서에 증여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부지매입 당사자는 이 대통령 내외가 아니라, 비록 증여받은 돈으로 샀지만 시형씨가 실제 매입 당사자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검찰 역시 "본인 명의로 12억원을 빌리고 이자도 본인 명의로 내는 등 '아귀'가 딱 맞아서 시형씨를 소환조사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목에서는 당초 "아버지 지시대로 했다"며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 여지를 남겨뒀던 시형씨가, "아버지에게 되파는 것은 여러 옵션 중 하나였고, 실제로 소유하려고 샀다"고 말을 바꾸는 등 상대적으로 처벌 가능성이 낮은 증여세 포탈 혐의가 적용되도록 전략을 짰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여전한 의문, 30일짜리 특검의 한계

특검팀은 역대 최단기간인 30일간 밖에 겨를이 없었고,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를 상대로 해야 했다는 점에서 수사에서 구조적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어쨌든 특검팀이 풀지 못한 의혹들은 산적해 있고, 결국 미완의 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이 대통령의 관여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은 시형씨와 함께 사저부지를 시찰하고, 부지 내 건축물의 철거비용 3000만원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형씨에 대한 증여 의혹이나 청와대 관계자의 배임 혐의 등에 그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야당 쪽에서는 여전히 제기된다.

경호처가 대납했다는 1100만원의 중개수수료나 청와대가 시형씨의 검찰 서면진술서를 대필했다는 의혹 등 시형씨에 대한 추가적 '편의 제공'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다.

시형씨가 큰아버지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빌린 6억원의 출처도 의문으로 남는다는 지적이다.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여부 판단의 핵심 근거지만, '펀드 수익금인 내 돈'이라는 이 회장의 진술을 뒤집을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이 특검은 "청와대 경호처 압수수색은 여러 증거자료 확보 목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무산돼 의혹이 확인되지 못했다"며 "향후 다른 경로 통해 얼마든지 진실을 밝힐 기회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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