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평 해주세요" 사진 올리고 외모 평가 자처하는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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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외모 지상주의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 우려도

"못생긴 거 알지만 그래도 평가 받고 싶습니다…저 얼굴 들고 살아도 되나여?"

중학교 3학년 정모(16)군은 최근 인터넷 친목카페에 자신이 직접 찍은 얼굴 사진을 5장 올렸다.

10대 또래들이 주를 이루는 카페 회원들에게 자신의 외모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가 외모에 자신이 있거나 해서 얼사(얼굴 사진)를 올린 건 아니에요. 제가 정말 어떤 수준의 외모인지, 못생겼다면 어디가 못생겼는지 냉정하게 평가받고 싶어요."

초등학교 6학년 김모(13)양도 "객관적인 평가와 조언을 얻기 위해" 얼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김 양은 "내가 보기엔 얼굴이 못생겼는데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계속 예쁘다고 한다"며 "회원들에게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솔직한 평을 요구했다.

이처럼 자신의 얼굴 사진을 올린 뒤 외모 평가를 부탁하는 소위 '얼평' 문화가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신체/외모 고민-얼굴평가' 메뉴가 따로 개설될 정도로 10대 회원이 많은 카페에는 '얼굴을 평가해 달라'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의 평가를 통해 자신감을 얻거나 개선해야 할 점 등 조언을 듣기도 한다.

이들은 '오크(못생긴 외모), 흔남/녀(흔한 외모), 훈남/녀(훈훈한 혹은 잘생긴 외모)'크게 세 가지로 외모를 평가한 뒤 부족한 부분이나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서로 조언을 주고받는다.

중학교 3학년 박모(16)군도 외모를 바꿀 때마다 뉴사(새로운 사진)를 카페에 올려 친구들에게 외모 평가와 함께 조언을 구한다.

박 군은 "평가 받아서 좋은 말을 들으면 좋고 나쁜 말을 들어도 보완할 수 있으니 괜찮다"며 "저도 그렇고 주위 친구들도 외모 지적을 받아 실제로 그렇게 바꾼다"고 말했다.

'얼평'글에 대한 댓글도 '못생겼다'는 비난의 글 보다는 '어떤 시도를 해 보라'는 조언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키 177에 중3인데 친구들한테 얼굴가지고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는 한 중학생의 얼굴평가 부탁에 회원들은 "머리에 왁스를 발라 스타일을 만들어라"고 하거나 "살을 뺀 뒤 안경을 벗으면 더 멋져보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외모에 자신이 없고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한다"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의 글에 자신을 중3이라고 소개한 한 회원은 "코도 예쁘고 눈도 커서 전체적으로 못생긴 편이 결코 아니다"며 "1부터 6까지 점수 중 4에 해당하니 걱정 말라"고 말했다.

10대들의 이같은 얼평 문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어른들의 외모 지상주의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된 것 이라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성인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와 성형 선호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외모를 평가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다는 사춘기적 성향이 인터넷과 맞물려 소위 얼평 문화를 빚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사춘기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가 외모이다 보니 얼굴 평가를 통해 나쁜 말을 들었을 때 상처받고 성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외모에 자신감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가족이나 친구들이 칭찬을 많이 해 주면서 외모 말고도 자신의 다른 장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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