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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식, 머릿수 채워라" 강제 야간자율학습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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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선택권 조례' 폐기로 강제 야간자율학습 제제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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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교육청 강제야자 금지 지침, '무용지물'

부산시 교육청이 올 하반기 강제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지만, 일선 고교 현장에서는 형식적인 동의서를 받아 학생들을 야자에 참여시키고 있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석식 수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야자를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쯤 부산진구의 한 여고 정문 앞, 경비원이 화장실에 가자 재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학교를 빠져 나온다.

1학년 A(16)양은 "생리통 때문에 야자에 빠지고 싶은데 남자 담임 선생님에게 설명하기가 부끄러워 몰래 나온다"며 "야자를 빠지려고 조퇴증을 위조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얘기했다.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야자를 피하기 위해 학생들은 병원, 학원 등 온갖 핑계를 대다가 이도 먹히지 않으면, 조퇴증을 위조하거나 경비가 허술한 틈을 이용해 몰래 학교를 빠져 나온다.

금정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 모(32)교사는 "야자하기 싫은 아이들은 학교에 남아 스마트 폰 게임이나 PMP로 영화를 보는 등 오히려 옆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방해한다"며 "이런 학생들까지 억지로 붙들고 있어야하나 회의가 들지만 학교장의 등쌀에 못 이겨 강제로 야자에 참여시킨다"고 말했다.

부산시 교육청은 이 같은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을 금지하기 위해 지난 8월 중순, 지침을 내렸지만 일선 고교현장에서는 이를 무시한 채 형식적인 동의서를 받아 반강제나 다름없는 야자를 실시하고 있다.

부산진구의 남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 모(29.여) 교사는 "교육청의 지침을 대놓고 무시할 수는 없어, 부모님의 사인이 필요한 야자 동의서를 학생이 교실에서 바로 대리작성하게 한 뒤 걷는다"고 말했다.

◈ 석식 수 채우기 위해 야자 강행?

심지어 연제구 모 고등학교는 위탁에서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면서 석식 수를 채우기 위해 학교장이 담임교사들에게 단 한명도 야자를 빠지지 않도록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학교 B(33)교사는 "학교장에게 야자를 거부하는 학생들을 교실에 남겨두면 오히려 학습 분위기를 떨어트린다고 말하자 '석식은 어떻게 하냐'는 대답이 돌아와 어이없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이처럼 일선현장에 지침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지만, 부산시 교육청은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어 전교조가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전교조 부산지부 안지현 정책실장은 "일부 학교에서 학교장과 식자재 납품 업체간의 안 보이는 거래가 형성돼 있다. 곧 전수조사를 통해 교육청의 지침을 어기고 강제로 야자를 실시하는 학교 명단을 확보해 교육청에 넘길 방침"이라면서 "하지만 적발된 학교를 제제할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폐기된 야간자율학습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학습선택권 조례' 제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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