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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포병 작전장교 출신이다. 24인용 텐트는 군대에서 수도 없이 쳤다. CPX(지휘소 연습), CPMX(지휘소 이동 연습), FTX(야외 기동 훈련)든 훈련 때는 항상 24인용 텐트를 갖고 다니며 진지를 점령하자마자 신속하게 대대지휘소를 설치해야 했다.
소수 인원으로 통신망 확립, 지휘소·위장망·철조망 설치 등 짧은 시간에 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최소 인원으로 24인용 텐트를 얼마나 빨리 칠 수 있느냐를 고민해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고민은 해 본 적이 없다.
“혼자 24인용 텐트를 칠 수 있나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더니, 한 커뮤니티 사이트(www.slrclub.com) 게시판에 올라온 개인의 순수(?)한 질문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누리꾼들은 ‘24인용 텐트를 혼자서 칠 수 있다, 없다’며 논쟁을 하기 시작했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는 상황으로 번졌다. 여기에 연예인까지 내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판은 더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 절대 못 친다 vs 칠 수 있다 칠 수 없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조물의 무게를 이유로 댄다. 용마루(군에서 관행적으로 부르던 용어라 정식 명칭인지도 잘 모르겠다)와 주 기둥의 무게를 혼자서 들 수 없다는 것. 든다 하더라도 그것들과 함께 들어야 하는 천막의 무게 역시 가볍지 않다. 순수 천막만 옮기는 데도 보통 2~3명의 사람이 붙는다. 또 뜬다 하더라도 쓰러지지 않게 붙잡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보조 기둥만 해도 10개에 지지 핀까지 생각하면, 최소 4~6명이 텐트 설치에 필요하다는 게 칠 수 없다는 사람들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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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수 있다는 사람들도 나름의 이론을 내세우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용마루와 주 기둥을 조립해 놓은 상태에서 줄을 이용해 들면 된다는 의견도 있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실제로 성공했다는 주변의 경험담도 나오고 있다.
재밌는 건 한 누리꾼이 국방부 민원 게시판에 질문을 했는데 민원실 직원이 실제로 실험해 본 적은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남긴 것이다. 국방부 민원실 관계자는 “텐트를 펼쳐 놓은 상태에서 상동과 기둥을 설치하며 중심을 맞추어 세워놓고 옆의 보조 기둥을 설치한다면 가능할 것 같으나, 여러 보조 기구를 가지고 기둥을 버틸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 같다”며 “설치 시간은 상당히 소요될 것 같다”고 했다.
◈ 입은 필요 없다, 행동으로 보여 준다
결국 칠 수 있다고 자신한 사람 중 지원자가 나타났다. 한 광고업체에서 24인용 텐트를 제공하기로 하고, ‘Lv7. 벌레'라는 필명의 누리꾼이 오는 8일 한강 변에서 직접 설치해 보기로 잠정 결정됐다. 그는 육군 포병 중사 출신으로 군에서 8년간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자 연예인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방송인 남희석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24인용 군용 텐트 혼자 설치할 수 있다는 그분의 기백이 멋지다"며 만일 성공할 경우 부산 모 호텔 스위트룸 1박 숙박권을 쏘겠다고 공약했다. 개그맨 이병진 씨도 "모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24인용 군용텐트 혼자 설치할 수 있다! 없다! 여러분 생각은? 이 경기 중계 제가 할까요?"라며 트위터를 통해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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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이 개설됐고, 모 방송사가 이를 취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결전의 날만 기다리며 재미삼아 패러디 포스터와 배너, 티켓, 행사 배치도 등을 만들며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대부분 남성이 군대에서 들어봤을 법한 24인용 텐트. 군 복무라는 공통분모 때문일까. 처음 인터넷에서 이 게시물을 봤을 때 ‘왜들 이러는 걸까’ ‘어쩌다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상황이 됐지’ 하며 원인을 궁금해했는데, 이젠 기자도 열광의 배경보다 ‘칠 수 있는지’가 더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못 친다’에 소심하게 걸어 보며 오는 8일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