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불망비, 친일행적 안내 현판의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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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호 둘러싼 "잊지 못 할 은인" vs "잊지 말아야 할 친일" 오늘날과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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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 부귀초등학교 인근 도로에는 일제강점기 친일파 중 한 명인 윤치호의 공적을 기리는 비석과 친일행적을 비판하는 안내현판이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

윤치호의 논밭을 가꾼 소작인들이 세운 시혜 불망비와 당시 학교 건립 부지를 제공했다며 면장이 세운 흥학 불망비.

그 옆에 서 있는 친일행적 안내현판은 지난 13일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가 세웠다. 현판은 애국계몽 활동을 하다 투옥된 뒤 변절의 길을 걸으며 식민지 통치를 당연시하는 독립무용론 등을 주장한 윤치호의 행적을 알리고 있다.

불망비 2기는 애초 부귀초등학교 안에 서 있었다. 2009년 7월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의 요람에 친일파를 기리는 비석이 서 있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치라며 불망비 2기를 철거했다.

그러나 '친일이라도 진안군의 역사를 담은 문화재'라는 일부의 주장과 윤치호의 종중 후손들의 끈질긴 요구로 불망비는 최근 반환됐다. 반환 당시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는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고, 그에 따라 비석과 안내현판이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일제로부터 해방은 됐지만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오늘날의 현실과 어딘가 닮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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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의 잔재는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현재를 옥죄는 멍에라고 말한다.

김재호 전북지부장은 "그때 청산해야 할 과제나 인물들이 버젓이 우리 사회의 기둥으로 커 오면서 지금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초등학교 내 황국신민의 덕목을 담은 표지석과 진안 정천의 친일관료 고원훈 선덕비, 전주종합경기장의 김연수 현판 등 전북지역에 있는 일제와 친일의 잔재는 상당수 철거됐다.

그러나 기린봉에 있는 친일파 출신 도지사 이두황의 묘와 비석을 비롯해 전북지역 곳곳에 남은 친일관료 공적비 등 뿐 아니라 친일문학가 채만식과 서정주 등에 대한 논란은 67주년 광복절을 맞는 우리 세대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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