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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창욱은 ‘건실한 청년’ 이미지가 강하다. 맑은 눈망울에 순수한 웃음도 그렇거니와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인 2010년 방송된 KBS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의 여운이 남아서일 것이다. 지창욱이라는 이름 석자 대신 ‘동해’라고 기억하는 이들이 많으니 그에게 있어 ‘웃어라 동해야’는 은인 같은 작품이자 벗어야 할 ‘숙제’ 같은 존재다.
그런 지창욱이 ‘동해야’를 벗기 위해,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지창욱을 보여주기 위해 악역에 도전했다. 오는 8월 18일 첫방송될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에서 지창욱은 극중 형 주지훈에게 열등감에 싸여있는 유인하 역을 맡았다.
‘다섯손가락’ 첫방송을 앞둔 지창욱은 최근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악역으로 브라운관에 신고식을 치르는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일차원적으로 보면 악역이다. 형한테 항상 지지만 지기 싫어하는 열등감 덩어리. 천재인 형이 늘 일등만 해 피아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엄마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면서 점점 악해지는 인물이다”라고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 ‘동해야’ 하면서 답답했어요!지창욱에게 ‘동해’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터. 시청자들의 눈에 비친 ‘악한’ 지창욱은 어떤 모습일까. “‘웃어라 동해야’ 이미지가 워낙 강해 다들 걱정을 하시는 것 같다. 사실 ‘동해야’ 전에 영화 ‘고사2’나 뮤지컬 ‘쓰리미’, 단편영화 등에서 악역을 여러번 했었다. 이번 작품에서 악역을 한다고 해서 부담은 전혀 없다. 다만 시청자분들이 저를 너무 ‘동해’로만 보면 어쩌나 걱정이 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생각에 설렌다.”
특히 지창욱은 마음껏 소리를 지르고,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다고도 했다. 그는 “착한 역을 할 때도 물론 좋았지만, 가끔씩 답답하기도 했다. 사람이 화가 나면 화도 내고 감정 분출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무조건 참고 이해하고 웃기만 하니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악역은 솔직한 사람 같다. 그 사람이 싫은데 굳이 용서하는 게 아니라, 싫은 것을 표출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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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야’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이번 작품을 선택한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동해’라는 이미지가 저에게는 풀어야할 숙제 같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작품이지만 언젠가는 풀고 넘어가야 할 존재. 이번 작품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 숙제를 풀어나가는 단계이자 배우로서 한 단계 쌓아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 재미있게 연기하고 싶다.”
지창욱이 그려내는 ‘악역’은 어떨까. 작품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그는 “본래의 내 모습이 있는데 인위적으로 차갑고 냉소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하면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았다. 사실 모든 악역이 ‘나 나빠요’하고 써붙이면 재미없지 않나. 주위에서 너무 착해 보인다고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그 점을 활용한다면 다른 악역이 탄생할 것 같다. 요즘 일부러 나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살인자 역할을 맡았다고 살인을 할 수는 없지만 상상은 해보는 것처럼(웃음)”이라고 말했다.
#.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 ‘다섯손가락’ 선택한 이유?올해 우리 나이로 26살인 지창욱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웃어라 동해야’ ‘무사 백동수’ ‘총각네 야채가게’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고, ‘웃어라 동해야’는 시청률 40%를 넘기도 했다. 또한 두 작품 연속 타이틀롤을 맡으면서 또래보다 더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대중의 기대치에 대해 그는 “때론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우선 제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어떻게 즐기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누구에게 잘 보여야지 하면서 연기한 적은 없다. 상대 배우들과 소통하면서 내 스스로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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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창욱은 이번 ‘다섯손가락’의 출연을 결정할 때 주위에서 반대가 심했다. 그동안 이미지와 상반된 ‘악역’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최근 2~3편의 작품에서 연달아 타이틀롤을 맡았던 만큼 두 번째 남자 주인공이라는 시선 역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지창욱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 대신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물론 처음에는 (첫번째 주인공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민을 하기도 했다.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과연 그런 순서들이 중요할까? 역할에 대한 순서라는 게 좋다 나쁘다를 떠나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이 참에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다 해보자, 그러면 오히려 작품과 나에게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지창욱의 목표는 하나다. 시청자들에게 마음껏 미움받는 것. “저는 항상 이제 시작이다. 전작들이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저의 길이 달라지기 때문에 늘 시작하는 마음이다. 이번 ‘다섯손가락’에서 인하라는 인물은 목표가 확실한 사람이다. 이번 작품에서 욕도 마음껏 먹어보고 ‘동해’를 좋아했듯 ‘인하’를 미워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