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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둥글다(The ball is round)''. 스위스월드컵(1954년) 당시 독일대표팀 감독이었던 제프 헤르베르거는 헝가리와의 예선전에서 대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공이 둥그니 축구의 승부도 어디로 굴러갈지 모른다는 말이다.
세계축구를 보면 각 나라별로 천적관계가 있다. 독일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제대로 된 게임을 한 적 없지만, 승부차기는 세계 챔피언감이다.
스위스월드컵 때는 월드컵에서 우승한 적은 없지만, 실질적으론 세계최강인 헝가리가 독일에게 버거운 상대를 모두 잡아줬다. 그러나 스트라이커 푸스카스가 샤워장에서 브라질선수단의 습격을 받으며 부상을 당해 독일이 우승컵을 잡게 된다. 한마디로 독일은 둥근 공이 돌 듯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영어에서도 이런 어부지리 식 논리가 존재한다.
담배의 주요성분으로 니코틴과 함께 해악을 끼치는 물질은 타르(tar)이다. 그런데 이 만병의 근원인 타르가 뒤에 다른 단어와 결합해 아주 이상한 뜻이 된다. 아기를 뜻하는 ''baby''와 합쳐져 ''tar baby''라고 하면 ''진퇴양난''이 된다.
담배를 뜻하는 다른 말을 보자. ''pipe''라는 말은 셜록 홈즈가 입에 물고 생각에 잠기는 파이프담배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그 뒤에 꿈(dream)이 와서 ''pipe dream''이라고 말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을 뜻한다. 마치 담배연기처럼 나왔다 금방 사라지는 그런 꿈을 말하는 것 같으니, 우리말로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옮기면 정확할 것이다.
박찬호 선수가 한때 활약해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미국 프로야구 팀 ''LA Dodgers''의 이름을 보자. 야구팀치고는 참 고약한 이름인데 ''dodger''라는 말은 바로 ''사기꾼''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로 앞에 붙는 ''draft''는 뜻이 여러 가지이다. ''설계도''나 ''초안''을 의미하기도 하고 동사나 명사로는 징집, 징집하다라는 말이다.
군에 억지로 끌고가는 것인데 ''draftdodger''는 바로 병역기피자이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 즉 병역의 의무를 합당한 이유 없이 기피한 것이니 국민과 국가에 사기를 치는 것이다.
지금 정계, 재계 등 국민의 지도자가 된 사람 가운데 자신이나 자녀가 이런 사기를 친 사람이 있다면 양심선언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축구장의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운명의 처벌을 받을 것이 뻔하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