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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 멀쩡한데 '26년' 잊을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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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회문제를 환기시키는 효과는 분명 있다.

'화려한 휴가' '도가니' '부러진 화살' 등이 그랬다.

도가니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이란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소재로, 인기 만화가 강풀 원작의 영화 '26년'도 같은 맥락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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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국가대표 사격선수, 조직 폭력배,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사태 발생 26년 후 바로 그날 유혈진압의 최고 책임자를 단죄하기 위해 극비 프로젝트를 펼친다는 내용. 그 사람이 아직도 생존해있고 옹호 세력이 잔존한다는 점에서 정치사회적 논쟁을 예고한다.

특히 이 영화는 지난 2008년 9월, 외압에 의해 엎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프로젝트. 4년 만에 재가동된 지금도 투자비 마련이 여의치 않아 기존 충무로 상업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제작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원작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대중들을 상대로 크라우드 펀딩(시민 소액 기부)을 시도한 것. 비록 목표액 10억 원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를 계기로 자발적 개인 투자가 20억원가량 이뤄졌고 현재는 홈페이지 제작두레(www.26years.co.kr)를 통한 후원으로 부족한 제작비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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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제작사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촬영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설레임을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후원을 호소했다.

-개봉 예정일이 대선을 앞둔 11월 29일이다.

"권력공백기인 지금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해서다.

많은 분들이 지난 2006년 영화화 발표 이후 큰 기대감과 응원을 보내주셨다.

제작의 완성도에 차질이 없다면 빨리 마무리하는게 보답의 길이 아닌가. 한편으론 2008년부터 꼬인 일이라 올해 안에는 좀 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순제작비 46억 원 중 현재까지 20억 원가량 확보했다. 아직도 제작비가 한참 부족하다.

"보통 제작비의 60%가 확보되면 크랭크인한다.

물론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도움도 많이 주셨다.

기존 영화판의 기관 투자자가 아닌 개인들이 몇천 만원에서 몇 억을 투자하셨다.

가수 이승환씨도 그중 한명이다.

이런 개인투자는 나중에 수익이 나면 돌려줄 것이다.

이밖에 재능기부와 우정출연을 자처한 스태프와 배우들이 있다.

씨네21 등 매체와 포털사이트 다음 등에서는 홈페이지 광고를 통한 후원을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는 투자 제의 안들어오나?

"하하. 오히려 조심스럽다.

이 영화를 기획할 때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한게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만약 이 영화의 취지에 공감해서 후원을 해준다면 그것은 가능할 것이다.

현재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통해 2만 원, 5만 원, 29만 원씩 후원이 가능하다.

평균 15명 중 1명이 29만 원 회원이다."

-2006년 원작 판권을 구매할 당시로 돌아가보자. 이렇게 힘든 과정을 예상했나?

"예상 못했다.

제 가족 중에 만약 '26년'을 할거면 2007년에는 개봉하라고 매일 잔소리한 사람이 있긴 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이 있다.

그걸 무시하고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편으로는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영화를 못만들겠냐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이 됐다."

-크랭크인을 2주 앞두고 투자가 취소됐다.

"10억 원 투자가 돌연 취소된 뒤 미리 지급받은 다른 투자자의 20억 원과 곧 들어오기로 했던 10억 원이 다 빠져나갔다.

그러다보니 유사한 성격의 투자자본은 저의 등장 자체를 피곤하고 불편해했다.

어떤 곳에서는 설령 내가 투자한다고 해서 이게 이행이 되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게 한 1년 정도 새로운 투자자를 구하러 다녔으나 지지부진했다."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하게 된 계기는 뭔가?

"작년에 서울시장 선거 이후 다시 해볼만하지 않겠냐는 조언이 쏟아졌다.

그래서 다시 움직였으나 별 성과가 없던 중에 올 초 '26년이 또 엎어졌다'는 둥의 말이 돌았다.

입장정리의 필요성을 느꼈고, 언제가 되건 반드시 제작하겠다고 결심했다.

이왕이면 올해가 좋겠다고 판단했기에 지난 3월 27일, 크라우드 펀딩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강풀 작가와 함께 만약 이 영화가 만들어지길 원한다면 같이 힘을 모아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애초 '26년'에 꽂힌 이유가 궁금하다.

"'꽃잎'이나 '박하사탕' '오래된 정원' '화려한 휴가' 등 기존 5.18을 다룬 작품과 달리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광주를 아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르는 어린 친구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겠더라. 실제로 웹툰 연재 당시 댓글을 보면 이게 우리나라 일인가요, 왜 그 사람은 멀쩡하게 살아있죠 등 어른들이 다 잊은 일을 애들이 문제제기하는거야. 영화 자체도 재밌게 보면서 우리 현대사에 의미 있었던 사건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캐스팅 과정에서 '저희는 비겁합니다'라는 거절의 말을 듣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진구, 한혜진, 임슬옹, 배수빈, 이경영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본인은 관심 있는데 소속사와 가족들이 걱정해 안한 배우들이 꽤 있다.

한혜진은 올곧고 밝으면서도 단호함이 있다.

흔쾌히 출연하고 싶어했다.

왜 나한테는 이런 제안이 안올까 한숨 쉬면서 낮잠을 잤는데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진구는 영화가 무산된 뒤에도 우리 곁을 떠나지않고 계속 기다려줬다."

-2008년 당시보다 캐스팅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영화에서 배우로 적합한 기준은 의욕과 열정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최고의 캐스팅이다.

일하면서 이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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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이 예고된만큼 제작진이 공유하고 있는 영화의 지향점이 있을 것같다.

"영화화하면서 조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제하면 정신은 원작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그 날 이후 피해자와 가족들, 학살의 책임자와 가담자가 공존하고 있는데 피해자는 고통과 슬픔 속에 살고 있고 책임자는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다.

원작이 이런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니냐. 공권력이 안해주니까, 우리라도 하자고 픽션화한 것이다."

-사적 복수를 부추킨다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원작을 통해 이미 보편적 도덕적 검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이걸 이념의 대립처럼 보는데,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다.

또한 5.18은 이미 법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정식 규정됐다.

당시 피해자들은 국가유공자고. 세상분위기가 그렇지 않을 뿐. 결국은 잘못한 자들에 대한 철저한 단죄 혹은 용서가 용납되지 않은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다."

-앞으로 과제는?

"제작비 모으는 것. 그리고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이다.

완성도 있는 영화가 만들어져야 제가 말한 거창한 모든 것들이 다 온전해지니까.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사람'이 인격권 침해 등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을텐데.

"자문을 구한 결과 법률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문제없다.

부분적으로 시비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시비를 걸면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렇게 잘못하지 않았고 억울하고 내 입장에서는 피해를 본다고 해야하는데, 그럴 일은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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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배 대표는…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했다.

원래 감독을 지망해 신승수·정지영 감독의 연출부를 지냈다.

이후 신 감독의 권유로 대우 영화사업부에 입사했고 시네마서비스에서 투자·배급을 맡았다.

2001년 한국영화 전문 배급사 청어람을 창립,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괴물'을 비롯해 '효자동 이발사' '결혼은 미친 짓이다' '장화, 홍련' '싱글즈' 등 20여편을 제작했다.

또 '죽어도 좋아' '빈집' '극장전' '용서받지 못한 자'등 3대 국제영화제 초청작을 선보였다.

괴물 제작 당시 B급영화란 편견으로 투자가 여의치않자 이를 살리기 위해 공들였던 배급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또 개봉 2주전까지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지난 2008년 강풀 원작의 영화 '순정만화' 개봉 이후 '괴물3D'를 완성했으나 정식 개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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