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문
"다행이죠."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윤제문이 내뱉은 소감이다. 작품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심드렁한 반응이다. 하지만 '다행'이란 말엔 속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
윤제문은 지난해 초 드라마 '마이더스'와 연극 '아트' 그리고 나는 공무원이다까지 매일 세 편의 각기 다른 작품을 옮겨 다녔다. "영화 촬영 중엔 다 잊고 열심히 놀았다"곤 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들었음은 당연하다.
윤제문은 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초 세 작품을 하느라 힘들었는데 영화를 좋게 봐 주신 분들이 많아 고맙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미소를 띄웠다. '다행'이란 그의 소감은 기쁨의 또 다른 표현이었던 셈이다.
힘들걸 알면서 왜 뛰어들었을까. 주연이라서? 그는 "(주연) 그것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시나리오를 읽는데 정말 재밌더라. 힘들겠다는 생각보다 욕심이 앞섰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또래 직장인들의 공감도 살 수 있겠다 싶었다"며 "개런티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코미디도 가능한' 배우임을 입증했다. 기존의 코믹 배우들과는 다른 독특한 코믹 감각으로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그는 "웃기려고 오버하기 보다 오히려 진지하게 하려고 했다"며 "일상 생활에서도 진지한데 웃길 때가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윤제문은 자신이 연기한 한대희를 '이상한' 인물로 규정했다. "남들한테 과시하기 위해 상식을 공부하고, 집에서는 TV 속 이경규 강호동과 친구처럼 지낸다. 혼자 살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고, 변화를 싫어하는 굉장히 이상한 인물이다. 그런데 묘하게 정이 가더라."
윤제문과 한대희 사이에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그는 "한대희와 달리 화를 낼 땐 잘 내고, 웃을 땐 크게 웃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993,1994년 때 음반 도매업을 했다. 음악 듣는 걸 좋아했고, 미치진 않았어도 그룹사운드를 해볼까 하는 호기심은 잠깐 있었다"며 "하지만 그때도 록 장르 보다는 조용한 음악을 더 좋아했던 것같다"고 밝혔다.
극 중 한대희 역시 록 음악에 관심이 없었지만 인디밴드 '3X3=9'(삼삼은구)를 만나면서 록에 젖어들게 된다. 또 실제 윤제문은 기타, 베이스 등 악기를 제법 다루는 편이다.
구자홍 감독은 지난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를 통해 마치 윤제문을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쓴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윤제문은 "'차우' 할 때 스치듯 이야기한 적 있다"며 "그 당시 날 두고 썼겠나. 절 딱 놓고 쓰진 않았을 것같은 확신이 든다"고 웃었다.
이날 옆에 함께 있던 구 감독은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쓴 시나리오는 아니다"면서도 "윤제문을 개인적으로 알다 보니 캐스팅 이후 윤제문에 맞게 수정 보완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물의 덤덤함과 귀여운 거만함이 잘 살았던 것같다"고 만족해 했다.
윤제문은 현재의 직업인 배우의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 극 중 한대희처럼 한번쯤 '일탈'을 꿈 꿔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한 번도 없다"고 단호했다. 공무원 같은 직업군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단 한 번도 공무원 같은 직업군에 대해 생각을 안 했던 것같다. 진로를 놓고 한창 고민할 때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1995년 극단에 들어갔는데 한 동안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연출가 박근형을 만난 뒤 잘 할 수 있는 게 이거였구나를 느꼈다. 그 후론 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