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한겨울에 물에 빠지는 장면이 없어 선택했다."
배우 김명민이 영화 '연가시'를 선택한 이유가 독특했다.
연가시는 숙주의 몸에 기생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숙주의 뇌를 조종해 스스로 물에 빠지게 만드는 살인 기생충 연가시를 소재로 한 작품. 때문에 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상황. 더욱이 연가시의 촬영은 한겨울에 이뤄졌다.
김명민은 20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연가시 제작보고회에서 "한겨울에 촬영했는데 물에 빠질 생각하니 끔찍하더라"며 "저는 딱 한 번 빠지더라. 그래서 선택하게 됐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감염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문정희씨가 고생을 더 많이 했다"고 공을 돌렸다.
극 중 김명민의 아내이자 연가시에 감염된 경순 역을 맡은 문정희는 생생한 '물 고생담'을 들려줬다. 그녀는 "영하 20도 정도 되는 날 생수통에 담긴 생수를 마시는 들이키는 장면을 찍었다"며 "따뜻한 물로 했더니 몸에서 김이 난다고 해 물을 더 차갑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 그녀는 "처음부터 다시 찍는게 더 힘들것 같아 중간에 NG도 못내겠더라. 정말 NG를 낼 수 밖에 없겠다 싶을 때 컷을 하더니 다시 한 번 가자고 하더라"며 "정말 끔찍했는데 오기가 생기더라. 이를 악물고 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명민과 김동완은 물이 아닌 불과 사투를 벌였다. 김명민은 "정말 불을 제대로 지르더라"며 "연기에 몰입해 그 불구덩이로 뛰어가는데 정수리가 홀라당 타는 줄 알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김동완은 "명민 선배는 불 기둥을 몇 개 맞았다"며 "걱정할지 알았는데 밖에 나갔더니 계란, 감자 등을 삶아 드시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정우 감독은 이 자리를 빌어 배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 감독은 "연출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닌데 다행히 명민씨가 연기력으로 커버를 잘해줘 부끄럽지 않은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정희씨는 독하기로는 탑이다. 모질게 몰아쳤는데 불평 한마디 없이 잘 따라왔다"며 "동완씨는 가능성이 많이 드러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연가시는 사람의 뇌를 조종하는 살인 기생충 변종 연가시의 출현으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한 남자가 감염된 가족을 살리기 위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명민은 감염된 아내와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혁 역을 맡았다. 그는 "나라는 구하는 히어로가 아니라 오로지 내 가족이 감염됐기 때문에 사투를 벌이는 소심한 가장"이라며 "가족이 죽게 생겼는데 그러지 않을 아빠가 누가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감염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해야만 했던 문정희. 하지만 실제 연가시에 감염된 대상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상상력으로 만들어내야만 했다. 문정희는 "감염의 증상, 현상 등을 모르니까 상상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며 "혹시나 잘 못하면 좀비처럼 보일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이에 김명민은 "저도 몰입을 잘 하지만 정희씨의 몰입은 못 따라가겠더라"고 칭찬했다. 또 그는 "연기할 때 괴력이 나온다. 극 중 저를 밀쳐내는 장면이 있는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멀리 나가 떨어졌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감대를 형성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문정희는 "살살하자고 해놓고 슛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힘이 생긴다"고 웃었다.
박 감독은 "아직도 누군가는 제목만 보고 멜로 영화라고 생각할 것 같다"며 "연가시에 대해 4, 5년전 우연히 알게 됐는데 재난과 엮으면 좋은 이야기가 되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또 "거미, 박쥐, 도둑, 기생충 등이 판을 치는 시장"이라며 "다른 작품들은 그것을 영웅으로 만드는데 저흰 박멸의 대상이 되는 영화다. 특유의 생명력과 파급력으로 승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7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