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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흔한 교체 선수도 없었다. 코트 위에 있는 5명이 뛸 수 있는 전부였다. 누가 5반칙 퇴장이라도 당하면 4명으로 경기를 펼쳐야 한다. 당연히 불리한 조건이지만, 그럼에도 숱한 농구 명문고를 제치고 4강까지 진출했다.
만화에서나 볼 법한 스토리의 주인공. 바로 부산 중앙고등학교다.
부산중앙고는 10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고등부 8강에서 광신정산고를 77-64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천기범이 32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맹활약했고 정강호가 19점, 13리바운드, 배규혁이 16점으로 뒤를 받쳤다.
사실 중앙고는 농구 명문이었다. 오성식과 추승균, 강병현(KCC) 등 스타 플레이어를 대거 배출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서울 내 명문고들의 무차별 스카우트로 인해 선수 수급이 어려워졌다. 결국 강양현 코치는 중학교 때 벤치를 지키던 선수를 비롯해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던 선수들을 데려와 팀을 꾸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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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대회에도 딱 6명의 선수로 출전했다. 물론 고교 최고 가드 천기범과 슈터 배규혁 덕분에 다크호스로 손꼽혔지만 4강까지 오를 거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선수 스카우트가 어려웠던 탓에 선수들의 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강호와 홍순규는 농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1학년 허재윤은 경험이 부족했다. 강양현 코치는 "정강호와 홍순규는 이제 농구를 2년 했다. 허재윤은 중학교에서 시합 한 번 못 나간 선수"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예선 2차전에서 정진욱이 부상을 당해 5명으로 경기를 치러왔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몸에 'No.4 정진욱'이라는 글씨를 새긴 채 병원에 있는 정진욱과 코트 위에서 함께 뛰었고, 4강이라는 값진 결과를 일궈냈다.
강양현 코치는 "학교와 동창회에서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고의 4강 상대는 춘계연맹전 준우승팀 안양고. 물론 쉽지 않은 상대지만 중앙고는 또 한 번 덤벼 볼 계획이다. 특히 강양현 코치가 6월17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우승에 대한 욕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강양현 코치도 "결혼을 하는데 우승 선물을 받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