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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양재동 파이시티 세부시설변경(용도 변경)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2005년 7월 18일 열린 회의 문건을 통해 처음으로 입증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이 아닌 '심의'를 받기로 결론이 났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CBS 노컷뉴스가 3일 입수한 같은 달 21일자 '양재화물터미널 관련 회의결과 보고' 문건을 보면, 시설계획과는 '복합화 허용시 동부,서부 등 다른 터미널과의 형평에 맞는 개발원칙 정립 필요'라고 적혀 있다.
7월 18일자 회의에서 이명박 시장 주재 하에 양재동 파이시티를 화물터미널에서 복합물류시설(창고, 대규모 점포 등)로 세부시설 변경하는 '복합화 허용'을 하기로 중지가 모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다른 터미널과 형평에 맞는 개발원칙을 반영하는' 구색을 갖추도록 했고, 이를 '도시물류기본계획에 포함하는 방법으로 조속히 마련'하도록 했다.
서울시 도시물류기본계획은 두 달 뒤인 같은 해 9월 26일 이명박 시장의 결재를 받아 12월 29일 건교부승인이 이뤄졌다.
또 다른 문제는 개발규모와 관련한 회의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선 '교통영향과 상업시설의 수요 등을 감안할 때 개발규모의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도시계획위 심의 등을 통한 개발 규모의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그런데 이 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우선 검토하기로 했는데도 불구하고, 도계위는 2005년 11월과 12월 자문회의로 열렸다.
'윗선' 개입으로 인해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경미한 사안으로 도계위 자문회의에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는 부분이다.
서울시는 12월 2차 자문회의 때 도계위에 파이시티의 대규모 점포 용적률(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을 400% 이하로 하는 안을 올렸고, 화물터미널 면적의 4배가 넘고 교통 문제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계위는 교통 문제를 보완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다른 화물터미널을 고려해 화물터미널 개발원칙과 기준을 교통국에서 도시계획국과 협의하여 결정 ▲도시계획국의 유통업무설비 세부시설 변경은 교통국의 화물터미널 관련 방침에 따라 추진 ▲개발규모 및 교통문제 등 세부시설 변경신청에 대한 시 의견을 서초구에 중간 통보 등의 결론도 냈다.
이명박 당시 시장, 원세훈 행정1부시장, 최창식 제4정책보좌관(도시관리), 김영걸 도시계획국장, 정순구 교통국장, 서재율 운수물류과장, 조성일 도시계획과장, 김호섭 시설계획과장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장소는 시장접견실이었고 보고는 시설계획과장이 했다.
이 회의를 토대로, 서울시는 2005년 물류기본계획에 대한 건교부의 승인이 지연되는 것과 관계없이 세부시설 변경(용도 변경)을 추진했다. [관련기사 2012-05-03 서울시, 파이시티 인허가 조급했던 이유가…참조]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시장은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데 발목잡지 말라고 수시로 말했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도 "공무원들은 규제를 너무 많이 넣지 말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었다. 마치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