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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면 노래를 만드는 것보다 부르는 쪽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부르는 것보다 만드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둬요”.
‘슈퍼스타K2’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데뷔앨범을 발표하기까지의 1년2개월의 시간이 존박을 바꿔 놨다.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존박은 “데뷔앨범을 내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지난 1년간 해온 고민을 다시 한 번 정리하게 됐다”고 했다. “이제야 비로소 음악에 대한 생각이 확고해졌고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존박의 데뷔앨범에는 그러한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하면 존박은 완성도에 자신이 있어서라기보다 음악을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자세가 됐기에 앨범을 발표했다. 존박은 인터뷰 내내 음악적 성취보다 음악에 대한 마음가짐의 변화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힘든 시간이었어요. 갑자기 화제의 인물이 되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처럼 느껴졌어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무엇을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원하는 것도 모른 채 단순히 바쁘게만 지낸 거죠. 그렇게 직업에 대한 외로움이 생기고 마음속에 곪았던 것들이 터지면서 제 자신을 모르겠더라고요”
존박은 항상 혼자였다. 말 한마디조차 안 하고 지낸 날들도 많았다. 외로웠지만 한국에는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뮤직팜에 둥지를 튼 뒤에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계속됐다.
하지만 음악에만 몰두하며 조금씩 자기 자신을 찾아나갔다. “존박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존박을 찾아온 1년 이었다”, 그간의 고민이 느껴지는 한 마디다.
존박이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는 데에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감정들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조바심 내지 않고 믿고 기다려준 회사와 창작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뮤지션 김동률, 이적의 존재는 더없이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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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안 그랬는데 지금은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만드는 것에서 더 보람을 느껴요. 작곡과 작사를 통해 제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제 자신이 치유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제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제 스스로에게도 음악을 할 때도 무조건 솔직하고 싶어요. 예전처럼 제 솔직한 감정을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존박은 내면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창법과 발음 그리고 노랫말에 있어서의 섬세한 표현력과 작사-작곡 능력 등 음악적으로도 성장했다.
영국 밴드 ‘마마스 건’의 보컬이자 작곡가인 앤디 플래츠(Andy Platts)가 작곡한 타이틀곡 ‘폴링’(Falling)은 존박이 작사하고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또 존박은 김동률이 선사한 ‘김동률 표’ 음악들을 매력적인 중저음에 맑은 가성을 더해 색다른 매력을 표현해냈다.
다만 이번 데뷔앨범 수록곡의 면면들은 소울풀하고 블루지한 음악에 강점을 보였던 존박과는 다소 생소하다. “나만의 장르를 고집하기보다 음악인의 길을 시작하면서 진지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갔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었다”는 의도에서다.
이는 다음 앨범부터는 존박의 자작곡도 많아지고 존박의 색깔이 더 물씬 묻어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음을 굳게 안 먹고 다시 음악을 시작했더라면 활동하면서 정신없고 여전히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하지만 이젠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겠어요. 인기가 많건 적건 오랫동안 솔직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