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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수석,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등 3명이 2008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돌린 혐의로 21일 불구속 기소됐다.
고승덕 의원이 300만원의 돈을 돌렸다는 폭로 한 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해 47일 만에 내 놓은 결과다.
그러나 박 의장 등 당시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고승덕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전달한 혐의만으로 불구속기소되면서 검찰이 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안병용(54.구속기소) 새누리당 은평구당협위원장이 건넨 2000만원에 대한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이 돈 봉투를 전달하도록 했다는 의심이 가는 정황이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두 사람이 공직을 사퇴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원의 출처는 박 의장 돈으로 확인됐지만, 2000만원은 안병용 위원장 등 관련자 모두 전달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등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전당대회 직전 박희태 의장이 1억9000만원을 현금화 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중 300만원이 고 의원실에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1억8700만원의 용처는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금화된 돈 중 일부를 전당대회 당일 이벤트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는 진술이 있었다"면서도 "현금으로 사용된 돈이기 때문에 돈이 실제로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승덕 의원 외에 돈봉투를 전달받은 다른 의원들에 대해서는 아예 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 정가에서는 상식적으로 돈봉투가 초선의원인 고승덕 의원에게만 전달되지는 않았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또 고 의원은 지난 8일 검찰조사에서 "내 대신 현금이 든 서류봉투를 전달받은 여비서에 따르면 당시 돈봉투를 가져온 남성은 쇼핑백에 서류 봉투를 넣어왔고, 쇼핑백에는 서류 봉투가 여러 개 들어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캠프 관련자와 계좌추적 등 수사방법을 모두 동원했지만 다른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돈을 주고받은 사람이 모두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에 자발적인 진술을 기대하기 어렵고, 현금으로 전달됐을 것이기 때문에 계좌추적으로도 밝힐 수 없는 사안"이라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검찰 수사 이후 조직적으로 말맞추기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다.
고 의원실에 돈봉투를 돌린 인물로 지목된 고명진(40)씨가 검찰 출두 직전 조 비서관과 접촉한데 이어 출두 당일에는 순방 중인 박 의장의 수행원도 통화한 사실이 확인돼 말맞추기 의혹이 일어왔다.
박 의장과 김 전 수석 등이 수사과정 중 증거인멸시도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정치적, 도덕적 타격은 물론 사법처리수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말맞추기 의혹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검찰은 캠프 관계자들 사이의 통화내역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면서도 "피의자들이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었다"며 "박희태 의장이 직접 전화한 내역은 없었다. 특별한 증거인멸 시도는 없었다"고만 설명했다.
이처럼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의혹들에 대해 검찰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환부만 도려내는 스마트 수사'라는 이름으로 검찰 수사의 한계점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