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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에 뛰어들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2000년 총선 당시 돌풍을 일으켰던 낙선운동에 나서는가 하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킬 후보 당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단체도 있다.
그런가 하면 후보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으로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로 한 단체도 있고, 전통적으로 해오던 공명선거실천운동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연대기구도 있다.
현재까지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벌이는 곳은 1,000여개의 진보적 성향 시민단체가 연대해 지난 9일 출범한 총선유권자네트워크다.
2000년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했던 참여연대와 환경연합 등이 주축이 된 이 연대기구는 각 분야별 낙선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3일 4대강 사업에 찬성한 의원 30명을 발표한 데 이어 15일에는 한미 FTA에 찬성한 여야 의원 160명을 발표했다.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의원 뿐 아니라 김진표 원내대표 등 민주통합당 7명의 이름도 눈에 띈다.
유권자네트워크는 앞으로도 분야별 낙선대상자를 발표해 이 정보들이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확산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과거와 같은 '도덕성' 잣대로 후보를 평가하지는 않지만 국회의원들의 과거와 현재의 달라진 말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올릴 예정이어서 사실상의 도덕성 검증도 이뤄질 전망이다.
유권자네트워크 외에 '서민의 힘', '전국유통상인연합회', 'KTX민영화반대단체' 등 여러 시민단체들도 자신들의 요구에 배치되는 행동을 해온 정치인을 낙선 대상자로 선정, 다양한 방법으로 낙선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낙선운동이 아닌 당선운동을 펼이는 곳도 있다.
참여연대 창립멤버로 협동사무처장을 지냈던 김민영 씨 등 다양한 이력의 마음이 맞는 4명의 남자가 모여 만든 '99%를 위한 총선 점령 프로젝트'는 '국회활동을 잘 해낼 의원을 국회로 보내자'는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99% 국민의 뜻에 맞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www.99win.kr) '검찰개혁을 수행할 개혁전사'를 뽑거나 '언론개혁 종결자'를 국회로 보내자는 운동이다.
참여연대와 쌍벽을 이루는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선거때마다 해 왔던 대로 이번에도 후보자 정보공개 활동에 주력하기로 하고 '정당선택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20여개의 정책 현안에 대한 질문에 유권자가 답을 하면 지지하는 정책방향과 가장 일치하는 후보자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의 총선 대응은 진보진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선거 활동에 나서고 있다.
자유주의연대, 시대정신, 열린 북한 방송 등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소속 활동가들은 청년정치단체인 노타이(NO, Ties)를 구성했다.
노타이는 한미 FTA폐기를 주장하며 태도를 바꾼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펼칠 것을 밝혔다.
라이트 코리아 등 보수단체들도 한미FTA에 반대하거나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국회의원들에 대해 ‘국회의원 부적격자 낙인찍기’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단체들의 포부도 다양하다.
‘99%를 위한 총선 점령 프로젝트’의 멤버인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발랄하고 신나게 참여할 수 있는 놀이터로서의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라이트 코리아 봉태홍 대표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다”며 “몰라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며 선거운동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의 선거운동에 대해 정책선거를 유도하고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을 정치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따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수 많은 단체들이 한가지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쳐 오히려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진보단체든 보수단체든 서로 표현의 자유가 있다” 며 “각 주장에 대해 존중해줘야 한다.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고 밝혔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로 존중하고 용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시민단체의 선거운동 난립이 혼란을 줄수도 있지만 여러 주장들이 풀뿌리 공론장 내에서 격론을 벌이면서 자연스레 검증작업이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