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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유성기업 사태가 끝난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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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그 후①] 해고되거나 밀려나거나…파업 참가자들의 현재

지난해 야간노동 폐지를 놓고 노사가 맞섰던 충남 아산 유성기업. 파업과 직장폐쇄부터 공권력 투입, 비닐하우스 농성 등 끊임없는 부침을 겪던 유성기업 사태는 노조원 전원이 회사에 복귀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복귀 6개월이 지난 현재, 노조원 대량 징계·해고와 복수노조로 인한 분열 등 내부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장기간 싸움에 지친 노조원들은 깊은 좌절과 우울감을 호소한다. '끝나지 않은' 유성기업 사태의 현 상황을 4차례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해고되거나 밀려나거나…파업 참가자들의 현재
2. 형제도 갈라놓은 복수노조
3. 부상노동자 "회사도, 경찰도 우릴 외면했다"
4. 잊혀지고 있지만…그래도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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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다시 찾은 유성기업은 평화로웠다.

웅웅대는 기계소리와 분주하게 오가는 지게차들은 공장이 '정상 가동 중'임을 알리고 있었다. 지난해 5월 경찰 30개 중대, 2000여 명의 병력이 공장을 에워싸던 그때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당시 파업에 참가했던 노조원들은 그날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 돌아왔지만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13년차 직원 김정식(가명·38) 씨는 이날도 공장이 아닌 노조사무실로 향했다. 벌써 6개월째.

지난해 8월 노사가 노조원 전원 복귀에 합의하면서 지난한 파업도 비닐하우스 농성도 이제는 끝인가 했지만, 정작 회사는 돌아온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TV 속에서나 보던 '해고노동자'가 됐다.

함께 해고된 친형을 비롯해 26명의 동료들이 김 씨와 같은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앞서 장기간 파업과 농성에 지친데다 언제까지고 생계문제를 외면할 수만도 없는 상태다.

해고 처분을 면한 노조원들 역시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다.

이현석(가명·41), 정찬영(가명·39), 조영수(가명·38) 씨는 '창고지기 3총사'로 통한다.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창고에 자리를 지키는 지루한 일이다.

원래부터 창고지기였던 것은 아니다. 갓 나온 링 주조물을 세밀하게 연마하는 것이 10여 년 동안 이들이 해온 일이었다.

"복귀했지만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3정5S 업무를 시켰어요. 쉽게 말해 청소하고 정리정돈 하는 일이에요. 그러다 이곳 창고로 온 거예요. 할 일은 없고 가끔 불려가 후배들 앞에서 허드렛일을 하는데 솔직히 자존심도 상하고 굴욕감을 느껴요. 정작 제 일은 따로 있는데..."

사무실 곳곳에 놓인 '고소장'은 노조원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한 노조원은 "사측이 '회사 쪽으로 돌을 던졌다'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노조원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고소장을 남발하고 있다"며 "주변에 고소 안 걸리고 손해배상 안 걸린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 무너질까 두렵고 무관심에 외롭다

복귀는 했지만 그 이후의 '생존'은 오롯이 노조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야간노동의 문제점을 외부에 알렸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이와 별개로 내부에는 사측이 파업 참가자들에 대해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을 밟고 있다는 두려움이 팽배하다.

"저희요? 다들 위축된 분위기예요. 처음에는 독기도 품고 목소리도 높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아니까 안 해요. 해고당하고, 한직으로 밀려나고... 그 이후 결과도 눈에 보이지만 눈 뜨고 당해야 된다는 게 마음이 아프죠."

해고노동자 김 씨는 "너무 외롭다"는 말로 답답한 속마음을 대신했다.

"한진중공업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잖아요. 거긴 대기업이고 우리는 중소 사업장이라 묻히는 건가 싶고... 공권력도 회사 편만 들고 노동자는 무조건 불법이라고만 하니까 요즘은 태어난 것 자체가 불법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한편 이에 대해 사측은 "일부 직원이 한시적으로 다른 업무에 배치된 적은 있지만 지금은 전원 현업에 복귀한 상태며 정리해고 역시 소문에 불과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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