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밤 11시를 들썩이게 하는 SBS 프로그램 '짝'은 예능이 아니다.
엄연히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배속된 방송이다. 그러나 방송 후 화제성은 여느 예능 프로그램 못지 않게 강력하다.
지난해 3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46회째 화제몰이를 이어 오고 있는 '짝'. 우리는 왜 '짝'을 시청하고, '짝'은 왜 시청자들의 관심사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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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양윤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방송 '짝'은 근원적으로 일명 '짝짓기 게임'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짝을 만나고 인연을 맺는 '짝짓기'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에 맞닿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관심을 끄는 것은 출연진이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짝짓기와 일반인들의 짝짓기를 엿보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양윤 교수는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예로 들며 "'우결'의 경우,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연예인이 출연한다. 똑같이 '사랑', '연애'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지만 이 경우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주요 기재는 호기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짝'의 경우 일반인들이 나온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연예인도 아닌데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뭘까?
"바로 '대리만족' 때문입니다."
양윤 교수는 "짝을 보며 시청자들은 '저렇게 TV에 나와 짝을 찾는구나'하고 방송을 감상하고, 장면을 보며 마치 '내가 거기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연출에 의한 꾸밈이 아닌 진심으로 감정을 고백하고 짝을 찾아 나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동일시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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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호님~', '5호님~' 번호가 주는 묘한 심리애정촌에 입소한 일반인 출연자들은 모두 숫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한다. 그리고 이름이 아닌 '1호', '2호', '3호'로 불린다.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불리우는 구조 속 심리를 들여다 보자.
양윤 교수는 "우리는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지만, 사람은 이름을 통해 정체성을 느끼게 된다. 이름에 그 사람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1호', '2호'로 불려지면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할 이유를 잊고 편안한 심리로 각 출연자에 대해 상상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숫자로 매겨지는 출연진들은 자연스럽게 '익명성·가면성'을 획득하고, 시청자는 편안하게 출연자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
매회 바뀌는 출연자들을 시청자들이 쉽게 인지하는 것도 숫자로 매기는 '1호님~', '5호님~'이 한 몫하는 것이다.
◈ 논란과 화제…그 양날의 검지난해 10월 22일, MBC 인기 예능 '무한도전'은 SBS '짝'을 패러디한 '짝꿍' 특집을 내보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나도 인생의 짝꿍을 찾고 싶다'는 콘셉트로 애정촌 대신 '우정촌'이라는 이름으로 일곱 멤버들의 짝꿍 찾기 고군분투를 그린 '무한도전-짝꿍 특집'은 동시간대 뿐만 아니라 그날 방송된 전체 예능프로그램에서도 1위 자리를 수성하는 기염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설 연휴에는 '스타 애정촌'이라는 이름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이 편성되기도 했다. 연예인 솔로 남녀가 출연한 '연예인판 짝'은 출연진 및 커플 결성 결과 등 뜨거운 화제를 낳으며 각종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방송사를 넘나들며 패러디되고 그 포맷이 차용되는 것은 프로그램 '짝'의 화제성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결과다.
그러나 화제가 될수록 논란 또한 피해갈 수 없다.
'최종 선택에 제작진이 개입했다', '방송 편집이 교묘하게 됐다'며 출연진과 제작진 간에 '진실공방'이 이어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출연진들의 과거가 여과없이 노출되거나, 방송에 나온 모습만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도 프로그램 '짝'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