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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주자들이 4월 총선에서 경쟁적으로 '한나라당 텃밭' 지역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면서 총선 결과가 대선 판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17일 지역구인 전주 덕진을에서 불출마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핵심 측근은 "4.11 총선에서 당의 승리에 보탬을 주기 위해 서울 강남이나 부산영도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상임고문은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에 앞장서면서 인연을 맺은 부산 영도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에서 "야권연대 과정에서 양보를 받기로 한 곳"이라며 정 상임고문의 출마를 반대하고 있어 강남으로 결정될 여지도 남아있다.
부산에서는 이미 문재인 노무현 재단이사장(사상), 문성근 최고위원(북강서을), 김정길 전 장관 (부산진을) 등이 출마를 결심했다.
정 상임고문이 부산으로 마음을 굳힌다면 부산은 여야 승부를 가를 최대 격전지가 될 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 대선 주자인 정 고문과 문재인 이사장에게는 향후 정치행보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사지(死地)에 몸을 던진 것으로도 희생과 도전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지만 낙선하지 않고 살아 돌아와야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어서다.
총선 불출마쪽으로 기울었던 손학규 전 대표도 최근에는 지금의 지역구인 분당을 등 한나라당 세가 강한 지역에 대한 출마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 측근은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당에 무엇이 유익하지를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손 전 대표가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시장 경선 이후 '정봉주 전 의원 구하기'에 골몰했던 천정배 전 최고위원도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어서 강남 등 불모지로 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초 천 최고위원은 동대문갑을 유력하게 검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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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전 대표는 일찌감치 호남 지역구를 벗어나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곳은 한나라당에서도 지역적 상징성을 감안해 거물급 인물을 전략 공천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 유시민 대표는 비례대표로 배지를 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어려운 지역으로 나가야 한다는 주변의 압박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한 때 강남 출마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이에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 후보를 지원하면서 정치쪽으로 한발 더 다가서는 선에서 운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야권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불모지를 선택하는 것은 대권행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총선 승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대선주자로서 지분을 많이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당 쇄신 차원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져 사지를 선택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유권자에서 신선감을 주고 정치적 위상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