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구의원들을 통해 서울지역 당원협의회에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안병용(55)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16일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숙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안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자신의 지역구 구의원 5명에게 2000만원을 나눠주고 서울 지역 30개 당협의 사무국장들에게 50만원씩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안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위원장은 앞서 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을 향해 “(돈봉투를) 받은 적이 없는데 어디다 돌리느냐”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에는 돈봉투 관련 수사가 개시된 이후 안 위원장이 전당대회 관련 문건을 파기한 사실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써 안 위원장은 검찰이 한나라당 돈봉투 수사에 착수한지 11일만에 처음으로 ‘구속 수감된’ 피의자가 됐다. 고승덕 의원실 등 ‘국회 내’ 돈봉투와 원외 돈봉투 두 갈래로 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원외 대상 수사에서 먼저 성과를 낸 셈이 됐다.
검찰은 수감된 안 위원장을 수시로 불러들여 돈봉투 전달을 지시한 ‘윗선’의 정체와 돈의 출처를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당시 박희태 캠프 재정 담당이었던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을 출국금지하고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검찰은 돈봉투 살포 과정에 조 씨가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조만간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아울러 고승덕 의원실에 돈봉투를 배달한 것으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1) 씨의 신병처리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고 씨에 대해서도 정당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캠프 관련자들이 수사 개시 이후 조직적으로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 중이다.
한편 검찰은 한나라당 부분과 민주통합당의 돈봉투 부분 두 가지 수사를 병행하기 위해 10여명 규모인 공안1부 수사팀을 양분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