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놈이 뺏어먹으니까 작은 소는 뒤에서 못 먹고 지칠 대로 지쳐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러면 나는 마음이 어떻겠어요. 밖에 나가면 소는 울어대고 아주 미쳐죽어요. 사진을 보면 얼굴이 많이 늙어버렸잖아요"
"내가 영수증, 논 판 계약서, 지금 다 찾아놨어요. 오시면 보여드릴려고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저를 욕하지 마십시오. 그러려고요. 그래도 과태료가 나온다면 또 할 수가 없죠"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북 순창군 축산농 문동연 씨
얼마 전 '전북의 한 축산농가에서 사료 값을 대지 못해 소를 굶겨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전해드렸죠. 농림부가 이 농가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소를 몰고 상경 시위하는 농가들에 대해서는 정책자금을 삭감하고 구상권도 청구하겠다.” 이것도 검토 중이라죠. 이 소식을 듣고 지금 축산농민들, 부글부글 끓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희가 오늘 농림수산식품부와 축산농가의 입장을 차례로 들어보려고 했습니다만, 농림수산식품부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나와서 설명을 좀 해 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수 없네요. 오늘 농민만 연결하겠습니다. 굶어죽은 소 때문에 과태료를 물게 될 처지에 놓인 문동연 씨 연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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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일단 정확한 상황을 좀 듣고 싶은데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소가 몇 마리나 굶어 죽은 건가요?
◆ 문동연> 이게 굶어 죽은 것이 아니고요. 소는 사료를 한 마리당 10kg씩 줘야 돼요. 여러 마리가 있는 데다 한 마리에 5kg씩이나 주면 큰 소는 와서 잘 먹는데요. 조그마한 소들은 뒤에 있다가 와서 먹으려고 하지만, 큰 소가 다 먹고 가버리면 사료가 없어져 버리죠. 그러면 없으니까 못 먹고 덜 먹고 조금씩 밀리다 보면 죽고, 다 그렇게 됐어요. 그러다 마지막에 가서 사료가 다 떨어져서 못 주고 굶어 죽었죠.
◇ 김현정> 처음에는 돈이 부족해지니까 조금씩 조금씩 줄여오다가, 그러니까 약한 소들은 밀리고 밀리고 하면서 차례로 죽어갔다, 이 말씀이세요. 그래서 몇 마리나 죽었어요?
◆ 문동연> 지금 전체적으로 죽은 것은 여름부터 해서 한 40마리 죽었죠.
◇ 김현정> 40마리요? 지금 언론에는 20마리로 얘기가 되고 있던데, 두 배네요?
◆ 문동연> 이번에 묻히지 않은 소만 20마리요.
◇ 김현정> 언론에 보도된 이후로 20마리고, 그 전에도 한 20마리가 더 죽었다는 말씀이세요. 여름부터?
◆ 문동연> 없어요, 시골에 돈이 다 떨어졌어요.
◇ 김현정>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 전에 어딘가에 도움을 좀 요청해 보지 그러셨어요?
◆ 문동연> 저는 여태껏 소를 40년 키워왔지만 어느 도움을 받아 키워보지를 않아서 그런 걸 모르죠.
◇ 김현정> 어디에다가 해야 될지 모르셨어요?
◆ 문동연> 제가 돈이 없으면 사료를 못 사다 먹이는 걸로, 그것만 알죠. 여태껏 그렇게 키웠어요.
◇ 김현정> 어떤 보도에 의하면 '정부가 문 선생님 댁에 가서 주겠다고 하는데도 일부러 안 받고 굶겨죽였다'고 하는데요?
◆ 문동연> 우리 군수님한테 마지막에 가서 얘기를 했어요. "내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군수님이 한 차라도 보내주면 어떨까요" 군수님이 우리 집에 방문을 했어요. 그래서 "이거 한 차 먹은 다음에는 어쩝니까" 군수님도 안타깝다고 하시고, 도지사님도 도청양반들 다섯, 여섯 분 오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건 사건이 터진 후, 보도된 후에 나온 얘기죠?
◆ 문동연> 네. 그래서 내 얘기를 들어보고 도지사님도 "안타깝습니다" 하고 가셨어요.
◇ 김현정> 그래서 한 차라도 좀 받으셨어요?
◆ 문동연> 그거 한 차로 해결이 안 되죠. 서로 지속적으로 무엇이 되어야 이게 되는 거지, 잠깐 생명만 연장시키면 뭐해요. 뭔 제도가 달라지고 그래야지. 나는 그러기를 바랐는데요.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 집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거 한 차 받아서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 그냥 그거 받고 끝낼 일이 아니다 싶었던 거군요?
◆ 문동연> 그러자 동물협회에서 왔더라고요. 그 양반들이 저를 설득시키고 어쩌고 그래도 내가 “조금 받아봐야 안 됩니다. 돌아가십시오” 그러니까 그 양반들이 일단 한번 가시더라고요. 그러더니 10분 있다가 또 오시더니 재차 설득을 하는데요. 그 말을 안 들으면 저도 동물학대죄로 걸리겠더라고요. 그래서 "안 받을 수가 없구나. 그러면 조금이라도 넣어주세요" 그랬더니 넣고 "그 뒤에 봅시다" 또 그러면서 100포를 팔아서 주더라고요.
◇ 김현정>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보내준 건 받으시고요?
◆ 문동연> 그건 안 받을 수도 없더만요.
◇ 김현정> 정부 것은 어떻게 보면 항의의 의미로 안 받으신 거예요?
◆ 문동연> 그것도 좀 섞어졌고 그러죠. 안 그랬다고 하면 나쁘죠.
◇ 김현정> 그런데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문동연 씨, 농민이 소를 일부러 죽이고, 그것도 죽은 것을 치우지도 않고 방치한 것은 동물학대다. 동물보호법에 위배된다.”
◆ 문동연> 그 부분 얘기를 좀 해야겠어요. 제가 파동을 세 번 맞았습니다.
◇ 김현정> 소 파동 말씀하시는 거예요?
◆ 문동연> 한 번은 산 소로 들어와서 한 번 맞고요. 또 한 번은 IMF가 터져서 맞고, 이번에는 아주 더 무서운 소고기가 들어와서 이렇게 맞고.
◇ 김현정> 소고기가 들어왔다는 게 무슨 말씀인가요. 수입고기들?
◆ 문동연> 수입고기가 들어와서 사태가 벌어진 거 아니에요. 농촌에서 소 키우는 사람은 그냥 집에서 소만 키우다가 정부한테 그래도 당하고 저래도 당하고 만날 당하니까 이렇게 된 겁니다. 그런데 나이 먹어서 이제 소도 더 키울 수도 없고 지금부터 몇 마리 해서 불릴 수도 없고요. 이제 도저히 못 하니까 저도 정부한테 '우리 노후에 살 걸 주든지 어쩌든지 해라' 이런 얘기죠.
◇ 김현정> 지금 논 팔고 가지고 있는 다 파셨어요?
◆ 문동연> 삼성생명에 노후대책으로 넣어놓는 보험 2,500만 원짜리 하나 해약하고요.
◇ 김현정> 보험도 해약하셨어요?
◆ 문동연> 논도 두 부지 팔아서 넣고, 또 봄에 소 70마리 팔아서 소가 다시 먹었고요.
◇ 김현정> 팔 수 있는 건 다 파셨군요, 지금.
◆ 문동연> 다 팔고 이제 남은 건 소죠.
◇ 김현정> 남은 소. 그런데 그것도 이미 팔 수 있는 대로 다 팔아서 사료 먹이는 데도 부족하고, 그래서 죽었는데 항의의 의미,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의미로.
◆ 문동연> 더 이상 못 해요. 도저히 어쩔 수가 없으니까 죽어 넘어가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거지도 아니고 나 뭣 좀 주세요, 나 뭣 좀 주세요. 그럴 수도 없는 거잖아요.
◇ 김현정> 소들이 굶어죽기 전에 차라리 팔아버리지 그러셨어요?
◆ 문동연> 아니, 내가 평생 40년을 소만 키운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그랬어요. 그 고비만 넘어가면 괜찮고 또 어려운 고비만 넘어가면 또 그냥 키우게 됐는데 좀 싸다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가축 키우는 사람은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그렇게 된 거죠.
◇ 김현정> 말하자면 그게 그나마 재산이고 종자돈, 종자재산이 되는 것인데 조금 그렇다고 해서 팔수는 없었다는 말씀이세요. 그런데 그 죽은 소들을 정부가 장비 동원해서 치워주겠다 하는데도 거부한 건 왜 그러신 거예요?
◆ 문동연> 그 얘기도 그러면 해야죠. 저도 이렇게 항의를 해서 지금 건지려고 하는데 싹 덮어버리면 누가 저를 이렇게 해 줍니까?
◇ 김현정> 말하자면 와서 봐라, 이것 좀 보라는 의미?
◆ 문동연> "나 좀 도와달라" 이거죠. 그렇게 했잖아요.
◇ 김현정> 지금 청취자들 문자도 많이 들어오는데 대부분은 “안타깝습니다” 하십니다만, 일부 어떤 분들은 “너무 매정한 거 아니냐” 이런 말씀도 하세요. 그런데 그 죽어가는 소를 보는 심정은 어떠셨어요?
◆ 문동연> 그걸 물어보면 뭐해요. 아주 어쩔 수가 없으니까 이런 짓을 하죠. 지금 옆에서 돈이 없어 그런 걸 가지고 자꾸 물어본다고 그러네요.
◇ 김현정> 저도 그 사진 봤습니다만, 정말 뼈밖에 없는 송아지들을 볼 때는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프던데.
◆ 문동연> 그게 하루 이틀 못 먹어서 그런 게 아니라 큰 놈이 뺏어먹으니까 작은 놈은 뒤에서 못 먹고 못 먹고 지칠 대로 지쳐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러면 나는 마음이 어떻겠어요. 밖에 나가면 소는 울어대고 아주 미쳐죽어요. 사진을 보면 얼굴이 많이 늙어버렸잖아요. TV 같은 데서 보면 내가 57살 밖에 안 됐는데 예순 몇 살 먹은 할아버지처럼 됐어요.
◇ 김현정> 그 몇 달 사이에 폭삭 늙으신 거예요, 마음 고생해서?
◆ 문동연> 그렇지요. 1, 2년 사이에 쭈글쭈글해졌어요.
◇ 김현정> 문 선생님, 지금 정부에서 듣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 시급한 대책이라든지 한마디 해 주시죠.
◆ 문동연> 이렇게 나에게 손해를 끼쳤으면 정부에서도 어떤 대책이 있어야죠. 가만히 있다가 와서 사료 팔아준다고 하니까 안 받아먹였다고 하면, 그러면 쓰겠어요.
◇ 김현정> 심정이 어떤지, 얼마나 화가 많이 나셨는지 이해가 됩니다. 저희가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인터뷰를 요청 했습니다. "국민들께 입장을 설명해 달라" 그런데 거절당했습니다. 공식 거절사유는 “단순히 담당관이 안 한다. 어떻게 전달하든 마음대로 하라”였습니다.
◆ 문동연> 저는 그쪽에서 이렇게 조사를 하신다고 하니까 조사를 받고 싶어요. 왜 그러냐 하면 자꾸 내가 소한테 사료를 안 줘서 그랬다고 하니까. 나는 그게 엄청 기분 나빠요. 왜 소를 안 줘요. 있으면, 뭐라도 가지고 줄 수만 있으면 주려고 하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있으면 내가 있는 거 다 팔아서 하다못해 보험까지 팔아서 줬는데 나보고 굶겨죽였다고 하니까 억울하다'는 말씀?
◆ 문동연> 어제 저녁에 그걸 듣고요. 내가 영수증, 논 판 계약서, 지금 다 찾아놨어요. 오시면 보여드리려고요.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저를 욕하지 마십시오" 그러려고요. 그래도 과태료가 나온다면 또 할 수가 없죠.
◇ 김현정> 농민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나오면 또 내야죠.
◆ 문동연>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문 선생님, 힘내시고요. 오늘 어려운 상황 가운데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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