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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 안 된다'…뻔한 학교폭력예방교육, 아무도 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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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멍들다④] 학생 2명 중 1명, 학교폭력예방교육-배움터지킴이 효과 의문

지난달 20일 대구에서 중학생이 친구들의 폭력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후 전국 곳곳에서 봇물 터지듯 학교폭력 실상이 전해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CBS는 학교폭력의 원인과 실태, 예방·사후 대책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한 방향 등을 일주일에 걸쳐 짚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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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이 공론화 되면서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쏟아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재 시행중인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교내 CCTV설치, 학교지킴이 등 현재 시행 중인 학교폭력 예방대책조차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부가 새롭게 발표하고 있는 학교폭력 근절대책 역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의 당사자인 학생들은 현행 학교폭력예방대책에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 학급단위교육 원칙이지만 대부분 집합강의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형="">은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학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하고 학급단위로 실시함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의 여건'에 따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소에서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CBS취재진이 만난 학생들 중에 학급단위별로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받았다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급단위로 교육을 진행하라는 원칙 대신 학교의 여건만 존중되고 있었다.

강사는 학교폭력관련업무에 종사하는 외부강사나 경찰이 대부분이었고, 강당에서 집합교육이 진행되거나 강사가 강의하는 내용을 각 학급에 비치된 텔레비전으로 시청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교육청에서 제작한 영상물을 학급에 비치된 텔레비전으로 감상하는 학교도 있었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받아봤느냐는 질문에 잘 생각이 안 난다며 한참 머리를 긁적이던 고등학생 김 (18)군은 "뭔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학교폭력의 나쁜 점에 대해서 설명한다. 학생들이 듣는척 해도 할 것 다 하면서 안 듣는다"고 교실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고등학생에 재학중인 박 모(16)군도 "친구들끼리 싸우지 말라고 하고 왕따당해서 누가 죽었다는 얘긴데 뻔한 이야기라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전했다.

중학생 김 모(15)군도 "학교폭력을 하면 안 되는 이유나 학교폭력 피해학생이 당하는 어려움을 한 시간 정도 설명하는데 그냥 지루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 외에도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폭력 예방교육 때 학생들이 잠을 자거나 떠들고, 교사의 눈을 피해 딴 짓을 한다고 전했다.

도덕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천편일률적으로 하다보니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다.

법률은 학교폭력예방교육을 강의, 토론 및 역할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되, 다양한 자료나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일방적이 강의식 교육 뿐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 심 모(32)씨는 "그나마 중학교에서는 집합교육이라도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있다"라며 "담임교사가 학생을 개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학급차원의 교육이라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학교폭력의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CCTV확대? 사각지대·학교 밖 폭력은 속수무책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추가로 설치될 CCTV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사각지대와 학교 밖의 학교폭력에는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이 모(18)군은 "학교폭력은 원래 계단 층간이나 화장실 등 사각지대에서 발생한다"며 "CCTV가 추가로 설치된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학생들은 사각지대를 찾아서 학교폭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최 모(15)군도 "CCTV를 설치한다고 해도 누군가 계속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녹화를 했다가 사건이 터지면 찾아보는 것 아니냐"며 "결국 학생들이 말하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생 강 모(18)군은 "CCTV를 설치하면 학교 안에서의 폭력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학교폭력의 대부분인 학교 외부에서의 폭력에 대해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배움터지킴이, “정확한 업무가 뭐지요?”

배움터지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손사래를 쳤다.

강 모(18)군은 "지금도 나이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 식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무시하고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며 배움터지킴이 확대로 인한 학교폭력예방효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등학생 박 모(17)군도 "배움터지킴이가 있지만 쓰레기만 줍고 환경미화원과 다름없다"라며 "학교폭력현장에 나타난 지킴이가 '그만하라'고 타이르고 가도 학생들은 신경도 안 쓴다"고 전했다.

실제로 참교육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전국 중학생 1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 3명 중 1명(76.1%)이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받는다고 학교폭력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학생 2명 중 1명(54.1%)은 '배움터지킴이를 배치한다고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다'고 답해 현행 학교폭력예방시스템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 시각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폭력전문가들은 예방교육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예방교육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5년 전부터 학교폭력예방교육과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는 연극치료사 이금석씨는 “학교폭력피해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집합강의 형태든, 역할극 같은 체험교육이든 강의내용을 어떻게 꾸리는 것인가가 핵심이겠지만 소규모 집단교육이 학생들이 관계맺는 방법이나 공감하는 방법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교과부도 학교폭력예방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장과 교감 등 학교관리자 집합 교육에서 집합교육보다 학급단위교육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면서도 "학교나 학급차원에 교과부 방침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일선 학교에 책임을 미뤘다.

한편, 서울과 경기 등 전국지방자치단체들은 학교 내 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보안관과 배움터지킴이 제도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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