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올해 금융권은 유럽 재정위기의 향후 진행 상황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우리나라 금융권의 지각변동도 예상되고 있다. 은행, 신용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권 대부분이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만한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줄줄이 안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여부와 우리금융 민영화, NH금융지주의 탄생 등은 금융권을 재편할 수 있는 대형 변수로 꼽히고 있다. 또 지난해 간신히 살아남은 저축은행들은 금융지주회사로 편입된 신생 저축은행들과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으며, 카드업계 역시 수수료율 인하 압박과 신용카드에서 직불형 카드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에 직면해 있다. CBS 노컷뉴스는 2012년의 금융권의 판도 변화와 각 업권의 생존 전략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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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잇따른 퇴출과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올해 국내 금융권이 부도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이나 금융권들이 그동안 금융회사 부도율이 '제로(0)'수준에 가까웠던 점에 안주하고 있지만, 올해는 금융 부문의 위축이 실물 경기 악화로 연결돼 경제 여건이 작년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즉,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편인 대형 금융사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최근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를 맞은 저축은행을 비롯해 소규모 회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으로 지탱해 온 낮은 금융회사 부도율, '착시효과 가능성' 한국 금융회사는 그동안 부도 위험에서는 '무풍지대' 로 통했다.
금융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는 위기가 올 때마다 정부가 반강제적인 M&A나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으로 도산 위험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먼저 관련 지표에 대한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일단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평가대상 금융회사 중 외환위기 이후 13년간 부도 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은 3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국주택할부금융이 1998년에 부도 처리됐고, 대우할부금융과 다이너스클럽코리아가 1999년 워크아웃을 신청한 게 전부다.
금융업은 외환위기 첫해인 1998년 20.0%의 부도율을 기록한 이후 2010년까지 12년 동안 0%를 나타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같은 수치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위험하다.
단순한 부도 뿐아니라 인가 취소, 합병, 해산, 매각, 영업정지 등을 포함한 광의의 부도율인 부실률로 산출하면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개입으로 부도율 집계에는 빠져 있지만, 사실상의 디폴트로 시장에서 사실상 문을 닫은 금융회사들이 상당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판단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신평이 최근에 내놓은 금융업종의 연간 부실률은 2000년 초반 4~6%대에서 카드사태가 발생했던 2003년에는 10.2%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2009년까지는 안정세를 찾아 1~2%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카드사태 등 외부충격이 왔을 때 금융업의 부실률이 급증하는 점이 주목된다.
평시에는 안정적으로 보이던 금융회사가 일정 강도의 충격을 받게 되면 위험이 급격하게 커질 수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형욱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국민이나 시장에서 받을 충격을 우려해 사실상의 디폴트인 금융회사들을 반강제적인 M&A나 공적자금 투입으로 지탱해왔다" 면서 "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 금융권의 부도 상황을 살펴보면 일반 제조업보다 낮은 수준이 아니다" 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부실 금융회사 지원, '마냥 할 수 없다' 정부의 개입 강도나 지원 의지가 변할 수 밖에 없는 외부 상황도 금융권의 부도 위험 증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는데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돌발 충격이 클 경우 정부 역할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대형 악재가 발생해 다수 금융기관들이 동시에 위기에 처할 경우 정부도 모든 금융기관을 지원하는 대신 선별적인 구제에 나설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되면 연쇄 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연쇄부도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와 중국의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경우 금융권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난해 경제 시장을 강타한 저축은행의 잇따른 퇴출과 가계부채 급증 문제 등이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도 있는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또 1992년 이후 꼭 20년만에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가 함께 치러지는 정치적인 변수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정치적 바람이라는 외생 변수에 따라 금융권이 바람을 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은 "올해 경기가 작년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면서 "그나마 은행은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고 부실채권 비율도 아직 높지 않지만 저축은행과 소규모 금융기관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경기 불황 지속 우려와 저축은행·카드·할부금융사 관심 대상
유럽 위기가 지속되고 세계적인 경기 둔화 움직임이 심해지면 국내 금융사들의 자금 사정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실물 경기가 악화하면 금융업종의 부실 위험도 커지기 마련인 것이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금융산업실장은 "은행의 경우 대출 업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실물이 악화하면 연체가 많이 늘어 위험이 커진다" 며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를 많이 한 금융회사도 실물경기 악화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편인 대형 금융사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최근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를 맞은 저축은행을 비롯해 소규모 회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또 각종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 악화가 우려되는 카드사나 중소형 증권회사 및 자산운용회사들도 안전지대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외부 자금조달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할부금융사도 주목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 이들 금융회사는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겨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봤듯이 금융회사가 보유한 자산이 파생상품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개별 금융회사의 위험이 금융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니온다.
한국신용평가 심해린 연구원은 "한국 금융회사 부도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정부의 지원이 선제적으로 잘 해왔다는 판단" 이라면서도 "리먼 사태때에도 문제가 됐듯이 파생금융상품들이 발전을 해나가는 부작용으로 금융업의 동시다발적 부도 위험성도 커진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고 경계했다.
또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부도가 나지 않는다고 해도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면 주가가 희석될 수 있다.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서 보듯 경제상황이 악화하면 제2금융권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