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방송일 : 2011년 12월 20일 (화) 오후 6시■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출 연 : 이만섭 前 국회의장▶정관용> 이슈인터뷰입니다. 우리 원로 정치인 가운데 한 분이시지요. 전 국회의장, 이만섭 의장을 연결하겠는데요. 정부가 이제 고심 끝에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정리를 했습니다. 그 논란의 과정, 또 정리된 입장, 어떻게 보시는지. 이만섭 전 의장, 안녕하세요?
▷이만섭> 전화 잘 들립니까?
▶정관용> 예, 잘 안 들립니다.
▷이만섭> 내가 전화가 잘 안 들려서 좀 크게 해줘요.
▶정관용> 예, 건강하시지요?
▷이만섭> 예, 건강해요.
▶정관용>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이만섭 전 의장께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대해서 정부가 공식적인 조의나 조문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셨어요?
▷이만섭> 아, 그러니까 오늘 우리 정부에서 조의를 표하기로 결정되었습니까?
▶정관용> 오늘 우회적인 방식으로,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표한다, 라는 표현만 넣어가지고 그러니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한다, 이런 말은 빠지고, 북한 주민에게 위로의 뜻을 표한다, 이것만 들어가 있어요. 이것 어떻게 보십니까?
▷이만섭> 그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조의를 표한 것은 필요했는데, 나는 어제 우리가 벌써 조의를 표했어야 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중국이나 러시아나 일본에 앞서서 우리가 조의를 표해야 되는 거예요. 나는 어제 답답하다, 답답하다고 걱정을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 민족은 조의를 표하는 것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전쟁을 하다가도 적군의 장수가 돌아가면 전쟁을 멈추고 조의를 표하는 법이에요, 우리나라 고대부터 삼국시대를 통해서 쭉 내려오는데, 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뿐만 아니라 같은 민족인데, 그 원수가 돌아가셨으면, 주석이 돌아가셨으면, 그건 당연히 조의를 표하는 거예요. 이거를 뭐 밍기적하다가 오늘 했다는데, 뭐 늦게나마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 조의 표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필요 없어요. 그게 그 말이에요. 그러니까 말 꼬투리 가지고 서로 싸움하고 할 것은 없어요. 잘 했어요. 늦었지만 잘 했어요.
▶정관용> 조문단이 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만섭> 조문단이 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공식으로 외국의 조문단을 안 받는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안 받는데, 조문단을 받는다면 뭐 가는 건 좋은데, 안 받는데 우리가 간다고 그러다가 그쪽에서 오지 마, 그러면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거는 나라의 체면도 있으니까, 그쪽에서 받는다면 나는 가는 게 좋다고 보는데, 안 받는다면 굳이 무리하게 갈 필요는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을 해요.
▶정관용> 남북한 관계라는 것은 다른 외국과의 관계와 좀 다른 특수관계 아니겠습니까?
▷이만섭>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조의를 표하는 것도 빨리 하라고 그랬고, 조문도 만일 북한이 받는다면 우리가 가는 건 좋은데, 안 받는다면, 안 받는다면, 그거 가다가 도중에 어디야, 판문점이나 휴전선에서 돌아가시오,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그건 나라 체면도 생각을 하고.
▶정관용> 그런 건 안 되겠지요, 사전 접촉을 해야 되겠지요.
▷이만섭> 그렇지요. 사전 접촉을 하고, 신중히 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정관용> 예, 지금 이제 정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를 표한다는 방식의 우회적인 조의 표현이 있고 말이지요.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보내지 않는데, 대신에 북한 쪽에서 조문단을 내려보냈던 두 번의 경우가 있습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또 고 정몽헌 현대그룹. 그 양쪽 유족들에는 답례 차원에서 북한에 조문단 가는 건 허용하겠다, 이렇게 했거든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이만섭> 아, 나는 그거는 잘한 거예요. 왜냐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거기에서 사절단이 오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이희호 여사가 가기를 원하면 그건 다 주선해줘야지요. 그건 주선해주는 것이 옳다고요.
▶정관용> 벌써 꽤 됐습니다만,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에는 말이지요, 이른바 조문파동이라고 그래서 뜨거운 논란이 있었지 않습니까? 의장님?
▷이만섭> 그때도 잘못한 거예요. 조의는 표해야 되고, 조문 사절도 그쪽에서 받는다면 갔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니까 94년 이후, 그때부터 정국이 경색되지 않았어요, 남북관계가? 남북관계가 그래서 경색된 거예요. 91년도에 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같은 게 다 나왔지만, 그때부터 북한에서 서울 불바다 이야기가 나오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항상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한반도의 안정, 평화를 우선적으로 생각을 해야 해요. 지금 어떻게 하든지 한반도에 전쟁은 안 일어나야 될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모든 초점을 거기에 맞춰야 된다고요.
▶정관용> 이번에는 그래도 그때만큼 그렇게 막 뜨거운 논란이 이어지거나 그러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나마 좀 나아진 거지요?
▷이만섭> 나아졌지요. 나아졌고, 오늘이라도 결정을 했다니까 늦게라도 다행이다. 그런데 나는 그걸 왜, 그러니까 이 정부가 뭐라고 그럴까, 기민성이 없다고 그럴까. 그런 거는 진작에 해야지요. 우리가 러시아나 일본보다 앞서야지요. 일본도 하더라고요.
▶정관용> 너무 늦었다, 이런 이야기지요?
▷이만섭> 늦었지만은 도리 없다, 지금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자, 나라를 위해서. 그런 이야기예요.
▶정관용> 자,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에 북한, 안정적으로 체제 유지 가능하다고 보세요, 어떻게 보세요?
▷이만섭> 나는 뭐 북한이 곧, 북한 체제가 곧 넘어질 듯이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곧 북한에 큰 일이 날 것처럼 논평을 하는 학자들도 있고 그렇지만은, 나는 그 체제 그대로 간다고 봐요. 그대로 간다고요. 왜냐하면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있을 때 벌써 자기도 자기 몸을 아니까 후계자 문제를 생각을 해서 쭉 준비를 해왔고, 다만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본인도 몰랐겠지. 그리고 중국이 지금 절대적으로 그 체제를 지지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대로 간다고 보고. 다만, 다만 이제 북한의 정부가 문호개방을 해서 인도적인 쌀 지원, 식량 지원, 그리고 경제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면 몰라도 그렇지 않고 계속 국민의 생활이 더 어려워진다거나 그런 문제가 생길 때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생기겠지요. 그렇지만 당분간은 그 체제 그대로 간다고 나는 보는 게 옳다고 봐요.
▶정관용> 그러니까 정치적 이유로 체제가 급변동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경제가 안 좋으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만섭> 그렇지요. 중국이 지금 적극적으로 그걸, 중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의 이해관계로 봐서는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되는 게 중국의 이해에 맞으니까 그대로 아마 당분간 적극적으로 지지할 거예요.
▶정관용> 그렇게 전망하신다?
▷이만섭> 예.
▶정관용> 남북관계도 조금 풀릴 계기로 삼을 수 있을까요?
▷이만섭> 항상 풀릴 계기로 삼아야 해요.
▶정관용> 삼아야 한다?
▷이만섭> 그러니까 조의 표명하는 것도 빨리 했어야 좋았고. 그런데 자꾸 우물쭈물하더라고요.
▶정관용> 예, 기민성이 부족하다, 이런 지적. 예,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만섭> 다른 질문, 뭐 국회 관계 안 물어요?
▶정관용> 예, 됐습니다, 의장님. 고맙습니다.
▷이만섭> 예.
▶정관용> 우리 정계 원로 가운데 한 분이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말씀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