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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실학의 정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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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와 실학박물관 탐방

 

경기도 남양주시에는 조선 후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현장이 있다.

공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팔당호반 조안면 능내리에 위치한 대표적인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의 생가와 그 옆에 지난 2009년 지어진 실학박물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실학'이라는 정신문화를 주제로 저술과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이 곳은 어린이·청소년 실학캠프 등을 통해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실학의 형성과 발전, 전개 등 실학사상 전반을 소개하고 있으며, 경세치용파와 이용후생파, 실사구시파 등 여러 학파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양상훈 학예연구원은 "하나의 정신문화를 주제로 한 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을 것"이라면서 "흔히 학교에서 배우는 실학사상을 직접 볼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소개했다.

특히 이 곳에 전시된 각 저술과 유물 대부분은 전국에 흩어져 있던 실학자 후손들이 기증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양 연구원은 전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유득공의 '발해고' 등은 모두 그의 후손들이 가지고 있던 원본"이라며 "정약용, 박지원, 박규수, 최한기 등 실학자 가문에서 흔쾌히 소장품을 많이 기증해줘 실학박물관의 전시물이 더욱 풍족해졌다"고 말했다.

실학박물관에서는 현재 '곤여만국전도, 세계와 우주를 그리다'라는 특별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17세기 초에 전래된 곤여만국전도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에 그려진 세계 지도를 통해 실학자들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살펴볼 수 있다.

정성희 학예사는 "한국전쟁 당시 사라져 사진으로만 남아있던 마테오리치(로마 가톨릭교회의 사제)의 곤여만국전도를 컬러로 복원해 전시했다"며 "이는 실학자들이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조선이 세계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실학사상을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생가도 있어 역사를 탐방하기에는 그만이다.

정약용 선생은 '마재'로 불리던 이곳에서 태어나 벼슬길에 오르기 전까지 젊은 시절을 보냈으며, 이곳에는 생가와 함께 내외 묘소와 다산기념관, 사당(문도사) 등이 들어서 있다.

다산기념관에는 다산의 친필 편지, 산수도 등과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사본이 전시돼 있다. 거중기와 녹로의 축소 모형도 눈길을 끈다.

서울 잠실에서 왔다는 원정옥(60.여)씨 부부는 "정약용 생가만 가봤었는데 오늘은 실학박물관도 함께 들렀다.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외웠던 것을 잊어버렸다가 여기 와서 보니 새록새록 생각나 좋다"고 웃어보였다.

이들 부부는 "조상님들이 정말 현명하다고 느꼈다. 후손들이 어떻게 해야 잘 먹고 잘 살지 알고 서양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미리 예언했다는 것에 놀랐다. 이 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교과서 외우기에 지친 학생들을 데려와 직접 눈으로 보게 하면 흐름도 한 번에 알고 음성 안내도 잘돼 있어 아이들 교육에 좋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실학박물관 주변은 팔당호반에 산책로가 갖춰진 생태공원이 최근 조성됐고, 남양주시가 조성한 트레일 코스인 '다산길'도 있어 산책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한편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박물관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실학박물관에서 주관하는 '2011 실학 패밀리 200년 후의 만남, 실학과 그 후손들...'이라는 행사가 열린 것.

이번 행사에는 정약용과 김육, 홍대용 등 이름만 들어도 살아있는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실학자들의 후손들이 대거 참석했다.

실학자들의 후손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이번 행사가 처음으로, 현실을 중시하고 개혁을 강조하는 새로운 학문인 '실학'이 나오기 시작한 지 200년 만에 열렸다.

이를 위해 경기문화재단과 실학박물관은 올해 본격적으로 실학자 후손 찾기 사업을 실시, 박물관과 교류하고 있었던 문중을 비롯해 새로 파악한 실학자의 후손 등에 연락을 취해 왔다.

후손들은 이날 행사에서 그 간의 안부와 현재 생활을 물으며 서로의 조상들을 추억했다.

행사에 참석한 정약용 선생의 후손 정호영(30세손) 씨는 "그동안 실학자 후손들의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에 이 자리가 참으로 감개무량하다"고 벅찬 기분을 전했다.

이어 "조상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으로 살아온 후손들인데 어렵게 사는 분들도 많더라"면서 "앞으로 이런 모임을 지속적으로 가져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실질적인 구현 방안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며 성호 이익 선생의 후손인 이성무 선생님은 "실학자 대부분이 경기도에서 활동했는데 이곳 경기도 남양주에 실학박물관이 세워져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실학은 근대화와 연결되는 실용적인 학문으로 우리나라가 조금 더 일찍 받아들였다면 일본보다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이런 사상을 보존하고 재평가하기 위해 경기도 차원의 지원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 관심과 지원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영빈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글 속에서만 보던 실학의 영웅들을, 그 후손들을 만나게 돼 너무나도 영광스럽다"며 "박물관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실학을 보게 돼 기쁘다"고 소회했다.김시업 실학박물관장도 "여러 어른들을 찾기 위해 그동안 박물관 차원에서 꾸준히 연락을 취해 왔지만 아직도 더 찾아야 한다. 이번 모임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은 정약용 선생 탄신 250주년이며 순암 안정복 선생의 탄신 30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박물관에서 전·후반기 특별전을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학 박물관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하며 관람료는 없다. 홈페이지(www.silhak museum.or.kr) 사전 접수를 통해 교육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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