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 등을 요구하는 수요집회가 14일 1,000회를 맞았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이날 낮 12시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정대협 관계자, 정치권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000회 수요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길원옥·김복동·박옥선·김순옥·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5명이 참석했다.
ㅋㅋ
ㅋㅋ
김복동(85) 할머니는 "세상에 태어나 피어보지도 못한 채 전장터에서 일본군의 노예가 돼 허무하게 짓밟힌 역사를 국민들이 얼마나 알까"라고 탄식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대해 잘못을 사죄할 것은 사죄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하라고 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대사에 대해 "이 늙이들이 다 죽기 전에 하루 빨리 사죄하라"고 호통을 쳤다.
길원옥(84) 할머니도 "우울하다. 일본인들이 사죄하지 않는데 1,000회라고 해서 다를 게 있느냐"며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다시는 우리나라에 나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수요집회 1,000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1,000차 수요시위는 완성도 아니고 끝도 아니다"며 "전국 곳곳,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질 함성이 결국 일본 정부를 우리 할머니들 앞에 무릎 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배우 권해효 씨도 "1,000회인 오늘이 기쁜 날인지 슬픈 날인지 답답한 날인지 잘 모르겠다"며 "분명한 사실은 부끄러운 역사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결심하고 20년을 보낸 이 자리가 뜨겁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는 위안부 피해를 기억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인들과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1,000회 수요집회를 참가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히데오후지타(80) 씨는 "역사 공부를 통해 이 문제를 알았고, 이는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에게도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더 공부하고 일본인들에게 이 문제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차례씩 일본 아이치현에서 수요집회를 알리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미즈노 이소코씨도 회원 20여 명과 함께 수요집회를 찾았다.
미즈노 씨는 "일본 위안부 문제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일본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죄를 하는 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수요집회를 알려갈 계회"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제이미(27.여) 씨도 "우연히 한국 친구를 통해서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됐고, 여성으로서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현장에는 중고등학교 체험학습을 위해 현장을 찾은 교복부대와 대학동아리 회원, 유모차부대 등까지 더해져 분위기를 달궜다.
이날 수요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 대구, 광주, 경기, 경남, 전북 등 전국 곳곳과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 대만 타이베이 등 세계 16개국 주요 도시 참가자들과 연대 행사로 진행됐다.
ㅋㅋ
한편 이날 수요집회에서는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양국 외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평화비도 대사관 건너편에 예정대로 세워졌다.
정대협이 시민사회의 모금을 통해 건립한 평화비는 한복을 입고 손을 무릎 위에 모은 채 작은 의자에 앉은 위안부 소녀의 모습을 높이 약 130㎝로 형상화했다.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의 전쟁 범죄 인정과 공식 사죄와 피해자에 대한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 교과서에 관련 사실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위안부 피해자들의 요구들을 구호로 외치며 일본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대해 일본 대사관 측은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