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 시대, 임용고시 인기'짱'…하지만 '바늘구멍 통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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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생 5만명, 선발인원은 3,000명

 

26일 오후 1시, 2012년 서울지역 중등교사 임용을 위한 2차시험이 치러진 여의도중학교 앞에는 수 십여 명의 부모들이 시험을 치른 차녀들을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다.

간절한 눈빛으로 교문 너머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손에는 시험을 치르고 나온 아들 딸들에게 따뜻한 차나 커피 한 잔을 주기 위해 보온병이 들려 있었다.

학교 주변은 수험생 부모들이 타고 온 차들로 주차장이 되다시피 했다. 마치 한달 전 치러진 수능시험장을 보는 듯했다.

◈ 26일 시.도 교육청별로 임용고사…수능시험장 방불케하는 열기

수학교사 임용시험을 치르는 딸을 마중 나왔다는 천세학(54) 씨는 "너무 힘들어 보여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열심히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애틋한 부정(父情)을 드러냈다.

부산에서 딸을 응원하러 올라왔다는 이모(52) 씨는 "부산에서는 뽑는 인원이 너무 적어 서울로 지원했다"며 "전체적으로 뽑는 인원도 너무 적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머리 아픈 눈치 싸움도 해야한다"고 지방 수험생들의 이중고를 소개했다.

오후 1시 30분쯤 시험이 끝나자 수험생들이 문제집이 든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고사장을 빠져 나왔다.

수험생들은 해마다 임용고시 수험생들은 쌓여만 가는데, 정작 뽑는 인원은 얼마 되지 않고 이에 대한 대책도 없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2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했다는 이모(27)씨는 "임용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증 남발이 심하다"면서 "사범대뿐 아니라 복수전공, 부전공, 교직이수 등으로 자격증이 많아지니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국어, 영어, 수학같은 주요 과목이 아닌 과목의 수험생들은 선발인원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태백' 시대에 인기 최고….준비생 5만명, 선발인원은 3,000명선

교원대 기술교육과를 졸업한 뒤 첫 시험을 치렀다는 김양희(25) 씨는 "입학 당시만 해도 그나마 많이 뽑았는데 지금은 1/5정도로 줄었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어 "기술 교과는 당장 몇 명을 뽑을지, 뽑기는 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다른 진로를 찾을까도 생각했지만 임용고시만 준비해서 다른 곳에 취업하기도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올해 전국적으로 교사 신규 채용 수는 비교과와 특수교사를 제외한 32개 과목의 3,080명이다.

영어 644명, 수학 507명, 국어 408명 등 주요과목은 선발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반면 공통과학이나 공통사회같이 전국에서 5명 밖에 선발하지 않는 과목들도 있다.

대학 졸업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고, 취업 이후에도 몇 년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일단 합격만 하면 공무원 신분에 미래도 보장되는 교사야 말로 손에 꼽는 직업이다.

이러다보니 고시 공부하듯이 몇 년씩 시험을 치르면서 임용고사 준비생들이 누적되고 있다. 올해 임용고사 1차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전국적으로 5만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학생들은 시험 준비를 하다보면 서울로 와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임용고사를 위한 학원이 서울에 밀집해 있고 정보도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수험생들이 낯선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힘들고 돈이 많이 든다. 수험생이나 서울생활비에 학원수강료까지 대줘야하는 부모나 모두 고통일 수밖에 없다.

◈1년 준비에 최소 1,500만~2,000만원 소요…돈 없으면 임용고사도 못 볼 판

보건교사 시험을 치르는 딸을 위해 전라도에서 올라왔다는 최모(56) 씨는 "딸이 3년동안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부를 했는데 너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선발인원이 아예 없거나 적어 어쩔 수 없이 시험철만 되면 짐을 싸 서울로 올라와야만 한다. 반면 서울에 있는 수험생들도 해당 과목을 뽑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전에서 서울로 지원한 유주희(25) 씨는 "대전은 이번에 기술교사를 한명도 뽑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왔다"면서 "대전에서 뽑았다면 당연히 대전으로 지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대학교를 졸업한 뒤 길게는 수 년간 임용고시를 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5번째 임용시험을 치른 이모(30) 씨는 "임용시험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정식으로 일할 수도 없다"며 "기간제 교사나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노량진으로 돌아오고 또 다시 일을 하는 불규칙한 생활의 연속이었다"고 그간의 어려움을 소개했다.

국어교사를 목표로 5년 동안 공부한 손모(28) 씨도 "노량진에서 고시원을 잡아서 공부하면 1년에 1,500만~2,000만원 정도 들어간다"면서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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