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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보다 지금 오승환이 훨씬 더 좋습니다"
그룹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야구장에 울려퍼지면 삼성 선수단은 서서히 짐을 쌀 준비를 한다. 프로야구의 '끝판대장' 오승환의 등장을 알리는 테마곡이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펼쳐진 31일 서울 잠실구장에도 어김없이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울려퍼졌다. 어느 때보다 느낌이 웅장했다. 특히 상대팀 SK에게는 한없은 무거움으로 느껴졌다. 이대로 한국시리즈가 끝나는구나, 실제로 그랬다.
2005년 혜성같이 등장해 삼성의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했던 오승환은 지난 두 시즌동안 부상 탓에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09년과 2010년, 2년동안 51경기에 나서 23세이브, 평균자책점 4.73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오승환의 부진은 팀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삼성은 오승환이 등장한 2005년부터 2년 연속 정규리그와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했다. 하지만 2009년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 해에는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SK에게 무기력하게 패했다.
올해는 달랐다. SK를 상대로 펼친 한국시리즈 리턴매치에서 4승1패를 거뒀다. 오승환이 부활하자 삼성은 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오승환은 삼성이 승리한 4경기에 모두 등판해 3세이브를 챙겼다. 한국시리즈 MVP 영예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2005년 이후 6년만에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1~2점차 급박한 승부가 펼쳐진 1,2,5차전에서 모두 8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평소 1이닝 마무리 체제를 지켜왔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팀을 위해 무리도 감수하겠다는 자세였다.
오승환은 마지막 5차전에서도 8회에 마운드에 올라 최후의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류중일 감독이 "올해는 오승환의 부활 여부가 관건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정규리그 54경기에서 1승 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을 기록했고 블론세이브는 단 한번 뿐이었다.
곁에서 그의 활약을 지켜본 내야수 신명철은 "오승환은 2005년보다 지금 공이 더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한국시리즈 준비기간동안 진행된 청백전을 떠올리며 "아무도 오승환에게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나같은 경우는 직구만 던지겠다고 했는데도 못때렸다. 자기 직구가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이라는 것을 모르나 보다"라며 웃었다.
신명철은 "오승환의 공은 사람이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다. 그가 마운드에 나오면 이제 끝났구나 생각이 든다"며 동료에 대한 고마움과 무한 신뢰를 나타냈다.
그의 말처럼 오승환이 마지막 5차전에 등장하자 삼성 야수들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잠실구장 3루 관중석에서는 이미 우승을 확신했다는 듯 팬들의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변은 없었다. 오승환의 포효와 함께 삼성은 프로야구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한 시즌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