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여파에도 불구하고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이 '돈 잔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권은 예대마진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챙긴 만큼 실적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은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 성과급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모든 직원에게 월급여의 50∼150%를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농협과 수협을 포함한 18개 은행은 상반기까지 10조원(1분기 4조5천억원, 2분기 5조5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들 은행의 올해 전체 순이익은 역대 최대였던 2007년 15조원을 넘어 20조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성과급 지급 기대감에 들 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부터 폭락장세가 펼쳐진 탓에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단타 매매로 인한 위탁거래 수수료 등이 증권사 금고에 차곡 차곡 쌓이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에 따라 증권사 직원들이 받는 성과급 규모도 작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 ,'월가의 탐욕' 닮아가나 비난여론 이와 관련해 미국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킨 '월가의 탐욕'을 한국 금융권이 닮아가는 게 아니냐' 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기 때 자구 노력은 거의 하지 않은 채 국민 혈세를 지원받은 상당수의 은행들이 거액의 수익이 생기자 자기들끼리 나눠 챙기겠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비판적 시각은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불고 있는 '반(反) 월가 시위' 의 국내 상륙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일 시민단체 금융소비자협회에 따르면 협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주축이 돼 금융자본 규탄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하고 현재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계, 금융 피해자 단체 등과 접촉하고 있다.
잠정적으로 15일로 예정된 집회 장소는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나 금융감독원 앞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단체들은 최근 부실 대출로 논란이 된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해 파생상품 키코(KIKO), 대학 학자금 대출이자 문제 등 여러 현안을 두루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서는 예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금융당국에 대해 부실 감독 책임을 물어 고소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은행들의 '배당잔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은행권에 따르면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 10일 우리, KB, 신한, 하나은행과 농협, 기업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금을 충분하게 적립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권 원장이 직접 은행장들에게 배당과 내부유보 문제를 언급한 것은 불투명한 세계 경제전망과 함께 최근 은행들의 과도한 배당에 대한 비판 여론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권 원장은 지난 8월 금융지주사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현재 상황에서 금융지주사의 고배당 추진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