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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추대된 나경원 의원이 방송용 카메라 앞에서 장애 남학생을 목욕시켜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27일 논평을 내고 "나경원 의원이 어제 용산구 후암동에 소재한 한 중증장애인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며 "중증장애로 홀로 거동이 불편한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를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발가벗겨 목욕을 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부대변인에 따르면 당시 욕실에는 나 의원이 목욕봉사하는 장면을 담기 위해 전문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반사판, 조명장비까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카메라 기자들은 "문제될 소지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부대변인은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작위적인 상황을 연출한 것은 비난받아야 한다"며 "잿밥에 관심을 두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마저 짓밟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의원이 이런 연출된 상황을 직접 지시했을리는 없겠지만 현장에서라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바로잡아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했어야 마땅하다"면서 "나 의원은 중증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한 데 대해서 분명하고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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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측은 "목욕봉사를 들어갈 때에는 취재진에게 들어오지 말아달라고 협조 요청을 했는데 카메라들이 통제가 안된 상황에서 들어왔다"며 "우리가 먼저 목욕 봉사 장면을 찍어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나 의원측은 현장에 '반사판, 조명장비'가 설치돼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당 시설에서 추후 후원홍보 책자 등을 만들기 위해 전문 사진사를 고용해 장비 등을 설치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인들이 장애인 시설에서 목욕봉사를 하다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5월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경기도 일산의 홀트 복지센터를 방문해 30대 성인의 중증장애인을 발가벗긴 채로 목욕시켜 주는 '봉사활동'을 했고 이 장면이 뉴스를 통해 여과없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