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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비명횡사에 주민들 무덤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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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관이 기억하는 그때 그 사건

 

"한 시골마을 주민들이 무덤을 파헤쳐 자식이 사는 집 뒷마당에 유해를 던져놨다는 사건을 조사했는데 이유를 들어보니 으스스하더군요."

이유식 당시 보은경찰서 수사과장은 보은군 보은읍 교사리 주민들이 묫자리를 두고 벌인 다툼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월 8일 저녁 무렵 마을 주민들이 자신의 모친 무덤을 파헤친 뒤 시신을 유기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무덤이 있던 보은읍 태봉산에 도착한 이 과장은 파헤쳐진 묘를 확인한 뒤 시신이 유기돼 있다는 집을 찾았다.

유기된 시신이 자신의 모친이라고 밝힌 이모씨(당시 64세) 말대로 그의 집 뒷마당에는 이불로 대충 쌓여진 유골 일부가 훼손된 채 방치돼 있었다.

경찰은 이튿날 피해자 이씨와 마을 이장 박모씨 및 무덤을 파헤친 6~70대 노인 11명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를 하던 형사팀 일행은 이들 노인 피의자들로부터 뜻밖의 사연을 전해 듣는다.

이씨가 마을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급살 터'에 묘를 써 1년 사이 9명의 주민들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더욱이 이씨가 지난 1982년 이곳에 선친의 묘를 조성한 뒤 1년간 7명의 젊은 사람들이 갑자기 숨졌는데 지관의 조언과 마을 사람들의 권유로 1990년 이장한 뒤에는 이런 일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건이 벌어지기 1년 전인 2002년 1월쯤부터 20년 전의 악몽이 재현된 듯한 일들이 벌어졌던 것이다.

2002년 1월 건강하던 A씨 부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두 달 간격을 두고 연이어 사망했고 아들은 밭을 갈다 쓰러져 뇌수술을 받았다.

같은 해 여름에는 더욱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건강하던 B씨가 갑자기 사망하더니 B씨의 초상집에 들어서던 C씨가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가던 길에 사망했다.

11월에는 D노인과 6살 먹은 손녀가 연이어 숨졌다.

몇 달 만에 이렇게 숨진 마을 주민이 9명이었다.

주민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얼굴만 보면 대책회의를 갖는 게 일이 될 무렵 한 주민이 "누군가 '그곳'에 또다시 묘를 쓴 것 같다"며 20년 전의 악몽을 상기시켰다.

이런 가운데 집을 나서다 돌연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E씨가 잠시 깨어나 "태봉산 묘를 없애야 한다"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뒀다.

마을 사람들은 곧바로 태봉산으로 달려가 20여cm가량의 봉분을 확인한 뒤 2001년 9월쯤 이씨가 모친의 묘를 몰래 이장한 사실을 알아냈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이장'을 원했고 이씨는 '명당'이라며 버텼다.

이런 사이 시간은 흘러 해를 넘겼고, 신년 모임인 대동계에 참석한 주민들은 술잔을 돌리며 이씨 모친의 묘소 이장 문제를 논의하다 결국 묘소를 파헤친 뒤 시신을 이불에 말아 이씨 집 뒷마당에 유기한 것이다.

결국 남의 땅에 몰래 묘소를 쓴 이씨는 장사등에관한법률위반으로, 관계 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고 묘소를 파헤친 주민 11명은 분묘발굴죄로 각각 입건됐다.

이 과장은 "처음 주민들의 진술을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하며 미신으로 치부했는데 주민들에 의해 묘소가 파헤쳐져 이장한 뒤 유심히 살펴보니 정말로 불미스러운 일들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고 말했다. 충청타임즈 고영진 기자/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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