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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의 악몽은 이제 그만'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톈진의 아픔을 또 한번 달랬다.
한국 남자농구는 2년 전 중국 톈진에서 열린 아시아남자농구 선수권 대회에서 아시아 7위로 추락했다. 8강전에서 레바논에 무릎을 꿇었고 5~8위 결정전에서 한수 아래로 여겨졌던 대만에게도 덜미를 잡히는 굴욕을 경험했다.
상처는 서서히 치유되고 있다. 2년만에 다시 열린 아시아선수권 대회 조별리그에서 숙적 레바논을 18점차로 완파하고 설욕에 성공한 한국 대표팀은 12강 결선리그에서 만난 대만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톈진의 아픔을 씻어냈다.
대표팀은 20일 중국 우한에서 계속된 결선리그 두번째 날 경기에서 대만을 82-61로 완파하고 파죽의 5연승 무패행진을 질주했다.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슈터진의 활약이 돋보였다. 조성민은 3점슛 3개를 적중시키며 팀내 최다인 19점을 넣었고 문태종은 15점, 6리바운드로 승리에 기여했다.
초반 팀의 공격을 도맡다시피 했던 센터 오세근은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기 전까지 14점, 7리바운드를 올렸고 가드 양동근은 10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최근 대만의 농구는 많이 성장했다. 한때 아시아 2위를 자처하던 한국도 무시할 수 없을만큼 전력이 나아졌다는 게 농구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대만은 만만치 않았다. 안정된 내외곽 공격을 바탕으로 1쿼터를 20-18로 앞선 채 마쳤다.
알고보니 1쿼터는 탐색전이었다. 2쿼터 들어 김주성을 앞세운 '드롭존' 형태의 지역방어를 들고 나오나 대만은 우왕좌왕했다. 김주성이 속한 원주 동부가 수년째 재미를 보고있는 위협적인 수비 전술이다.
대만의 공세가 꺾이자 한국의 본격적인 반격이 펼쳐졌다. 문태종과 오세근이 선봉에 섰고 조성민이 뒷받침했다. 조성민은 2쿼터 교체멤버로 출전하자마자 연거푸 외곽슛을 꽂아 흐름을 바꿔놓았다. 한국은 43-32로 역전한 채 전반을 마쳤다.
3쿼터 초반에는 아찔한 장면이 연이어 나왔다. 오세근이 골밑슛을 던지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잘못 떨어져 허리를 다쳤다. 대만 선수와 충돌하면서 공중에서 밸런스를 잃었다.
부상 때문에 오랜 기간 결장했던 하승진은 아시아 최강 이란전을 하루 앞두고 복귀전을 가졌으나 또 다시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오세근을 대신해 코트에 투입됐으나 왼쪽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벤치로 물러났다. 한순간에 빅맨 2명을 잃은 대표팀은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문태종이 차근차근 점수를 쌓았고 공수에서 김주성과 양동근의 살림꾼 역할을 했다. 대표팀 막내인 센터 김종규도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3쿼터 스코어는 21-8. 승기를 잡은 대표팀은 4쿼터 내내 20점차 내외의 리드를 즐기며 여유있게 승리를 만끽했다.
한국은 21일 이란과 12강 결선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이란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아시아 최강으로 중국도 두려워하는 상대. 하지만 한국이 8강 토너먼트에서 최상의 대진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대다.
한국은 2년 전 대회에서 무패행진을 달리다 12강 결선 마지막 날 이란에게 완패를 당한 바 있다. 조 2위로 밀려나면서 8강에서 난적 레바논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결국 고배를 마셨다. 2년 전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산이다.
이날 부상을 당한 오세근과 하승진의 몸 상태가 변수다. 이란에는 아시아 최고의 센터이자 미국프로농구(NBA) 소속의 하메드 하다디가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