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운전자 시야확보 등을 위해 고속도로 갓길 주변 잡풀을 제거하면서 사용한 농약이 맹독성 제초제인 '그라목손'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1. 6. 22. 도로공사, 도로변 농약 다량 살포 '논란')그라목손은 소량이라도 인체에 흡수될 경우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농약 중에서도 아주 치명적인 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맹독성 물질을 일반 차량들이 오가는 개방 공간에 무차별 살포한 것인데다 당초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성분"이라고 밝힌 도로공사 측 주장과도 상반된 결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결과
4일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중부고속도로 증평~회덕JC 구간 갓길에서 채취된 토양에서 그라목손(Paraquat) 성분이 0.004ppm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도로공사 인부들이 약품을 뿌리고 간 뒤 잡풀들이 노랗게 말라죽었던 지점이다.
당초 "농약이 아닌 뜨거운 물을 뿌린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던 도로공사 측은 "교통사고 등의 위험이 있는 일부 구간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제초제를 살포하고 있으며 인체와 환경에는 해롭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검출된 '그라목손'의 경우 맹독성 제초제로서 인근 토양과 하천오염 등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교수는 "제초제는 다른 농약보다도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 살포 구간에 오랜 기간 남아 있고 인근 토양과 하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러한 약품을 농지도 아닌 도로 갓길에 무분별하게 살포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에도 도로공사 측은 '여전히'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도로공사는 '규정 위반 인정과 재발 방지'를 강조했지만, '해당 부서'에 통보한 것 외에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또 그동안 그라목손이 살포된 구간이나 사용량, 환경오염 정도와 개선책 마련에도 역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농약 구입과 살포가 현장 인부들에 의해 이뤄지다보니 담당 직원이 농약 성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며 관리 부실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토양오염 여부를 분석 의뢰했던 시민 문 모(41) 씨는 "농약 살포로 풀들이 타죽은 구간이 최소 80㎞ 이상"이라며 "이 같은 농약 성분이 현장 인부는 물론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 운전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쳤을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맹독성 물질이 방대한 공간에 무차별적으로 살포됐음에도 도로공사 측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전·충남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역시 "환경오염은 물론 주변 민가에도 피해가 있을 수 있음에도 도로공사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