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 ‘쉬즈 곤’(She's Gome)의 주인공인 그룹 스틸하트의 보컬 밀첸코 마티예비치와 노라조 이혁이 듀엣 버전의 '쉬즈 곤'을 부른다고 알려진 가운데, 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듀엣곡이 아닌 공동작업곡”이라는 내용이 처음 밝혀지는 촌극이 일어났다.
앞서 노라조 측은 3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밀첸코와 이혁의 듀엣 버전 ‘쉬즈 곤’이 발표된다며 “노라조 이혁이 원곡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며 더욱 파워풀한 보컬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의 한 카페에서는 밀첸코와 이혁이 함께 참석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는 두 사람의 듀엣곡에 대한 관심을 가진 취재진이 수십여 명 몰렸고 이윽고 밀첸코와 이혁이 함께 등장,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런데 “이혁과의 듀엣곡을 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밀첸코와 스틸하트 국내 라이선스를 맡고 있는 엔트리의 이성모 대표는 “듀엣곡이라는 것은 와전된 이야기”라고 말해 현장에 모인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 대표는 ‘듀엣곡 발표 회견’인 줄 알고 모인 기자들에게 “오는 9일 녹음을 하는데 듀엣곡이 될 지 안 될지는 결정된 바 없다”며 “두고 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에 이혁과 소속사 관계자들은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이혁 측은 밀첸코와의 듀엣곡을 부르는 것으로 듣고 보도자료 배포, 기자회견 주최 등을 담당했기 때문.
이혁 소속사 관계자는 “당초 듀엣곡으로 알고 현장에 온 이혁도 현재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우리가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엔트리의 이 대표는 “당초 ‘공동작업’이라고만 했지, ‘듀엣곡’이라고는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기자회견장에서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이 같은 오해는 어떻게 벌어진 걸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틸하트 국내 라이선스를 담당하고 있는 엔트리와 음원사이트 소리바다가 스틸하트의 ‘쉬즈 곤’을 국내 유통하기 위해 협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스틸하트의 밀첸코가 “일렉트로닉 버전의 ‘쉬즈 곤’을 발표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고, 국내 관계자들은 완전히 새롭게 바뀐 ‘쉬즈 곤’이 옛 버전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국내 가수와의 공동작업 아이디어를 냈다. 오리지널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주에 국내 가수와의 ‘콜라보레이션’이 가미되면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 생각했던 것.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들은 계약서 상의 단어 ‘콜라보레이션’ 즉, ‘공동작업’이라는 단어가 어떤 형태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듀엣곡’이 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성급히 기자회견이 열렸고 결국 당사자인 이혁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 모두가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됐다. 회견장에 참석한 엔트리의 이 대표와 소리바다 고운 팀장은 “결국 어떻게 되는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녹음을 해 봐야 듀엣곡이 될 지 안 될 지 안다"며 "듀엣곡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현장을 수습했다.
한편, 이날 노라조 이혁은 현장에서 듀엣곡이 아닌 걸 알게돼 불편한 상황 속에서도 “스틸하트의 ‘쉬즈 곤’은 어렸을 적 록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면서 “스틸하트를 만난다는 생각에 잠도 거의 못 잤다. 꿈만 같다”는 말로 밀첸코에게 예의를 갖춰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