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트
신과 악마의 존재 그리고 퇴마. 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인,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매력적인 단어들이다. 여기에 실화라는 사실이 더해지면 그 궁금증을 배가 된다. 14일 오전 서울 왕십리CGV에서 언론에 첫 공개된 '더라이트:악마는 있다'(이하 '더라이트')는 이 같은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특히 '더라이트'는 기존 엑소시즘 영화와 궤를 같이 하면서도 신과 악마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이 더해지면서 '신선함'을 담보했다. 악령에 씌인 소녀(또는 소년)를 어떻게 무섭게 표현하고, 비밀스런 퇴마의식 과정에 치중했던 기존 엑소시즘 영화와 뚜렷한 차별점을 지녔다.
'더라이트'는 신과 악마의 존재에 대립하는 루카스 신부(안소니 홉킨스)와 마이클 코박(콜린 오도노휴)의 갑논을박이 중심이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신학도의 길을 선택한 마이클 코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악마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이에 수천번의 퇴마 의식을 행한 루카스 신부는 '안보인다고 없는건 아니다'고 충고한다. 이처럼 신 또는 악마를 '믿을 수 있는가'란 명제에 대한 두 사람의 문답을 중심으로 엑소시즘을 풀어간다.
물론 그렇다고 엑소시즘 과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악령에 씌인 소년소녀의 모습도 섬뜩하게 잘 표현됐다. 또 차분하게 엑소시즘 과정을 그리면서 시각적 공포에 치중하기 보다 좀 더 사실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을 통해 심리적 압박감을 더했다.
선과 악의 대립 그리고 믿음에 대한 두 사람의 문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똑같은 질문과 답변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영화의 바탕이 된 실제 바티칸에서 이뤄지고 있는 퇴마 수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 받는다.
또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과 악령, 영혼 등 보이지 않는 실체에 관해 누구나 한 번쯤은 논쟁과 토론을 해봤을 것이다. 종교적 성향을 떠나 영화 속 이야기가 더 피부적으로 와닿는 이유다.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퇴마 의식을 직접 하는 신부에서 악마로 변해가는 안소니 홉킨스의 모습은 왜 그가 연기파 배우인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 악마의 존재를 의심하다 점차 믿음을 갖게 되는 코박 역의 콜린 오도노휴도 안소니 홉킨스의 카리스마에 눌리지 않고 잘 그려냈다.
한 언론관계자는 "실제 바티칸에서 이뤄지고 있는 퇴마 수업을 소재로 해 흥미로운 악마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며 "악마의 소유물로 저당 잡힌 소녀의 이미지로 각인된 '엑소시스트'와 달리 선과 악의 대립과 믿음의 중요성을 설파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관계자는 "귀신 들린 호러쇼보다도 '믿을 수 있는가'라는 명제에 관한 질문이 보다 흥미로운 간증 스릴러"라며 "이성과 광기를 넘나 드는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가 발군"이라고 평가했다. 21일 개봉.